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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기업, '상업 위장' 영향력 확대… 한국, '소프트 타깃'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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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기업, '상업 위장' 영향력 확대… 한국, '소프트 타깃' 경계해야

'화웨이 게이트' 시사점… 불투명한 로비 통한 中의 '정치적 의도' 침투 우려
서울, 제도적 가드레일 부재 지적… 핵심 산업 '잠재적 위협' 직시 촉구
보행자들이 서울의 명동 쇼핑가를 거닐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행자들이 서울의 명동 쇼핑가를 거닐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중국 기술 대기업들이 상업적 영향력을 위장해 전 세계적으로, 특히 한국과 같은 '소프트 타깃' 국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유럽에서 불거진 '화웨이 게이트' 사건은 이러한 중국의 불투명한 로비 활동과 비공개 접촉이 어떻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각국에 침투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17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화웨이 게이트'는 화웨이의 전 로비스트가 백채널 특혜, 은밀한 컨설팅 비용, 호화로운 접대를 통해 유럽연합(EU)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이러한 방식은 의원들을 설득해 특정 기업을 옹호하는 서한을 쓰게 하고, 직원들에게는 법적 기준 이하의 선물을 제공하며, 전직 EU 내부자 출신 컨설턴트를 영향력 있는 브로커로 활용하는 것을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 사례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 텐센트·알리바바·DJI·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다른 기술 대기업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본과 코드를 넘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이들 기업은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글로벌 확장에 보상하는 시스템의 전략적 무기 역할을 수행하며, 규제 준수가 종종 이념적 정렬을 의미하는 중국의 정치 생태계에서 운영된다. 즉, 이들 기업은 법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베이징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은 디지털 경제에 깊이 연결되어 있어 중국 기술 기업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 공중보건 플랫폼부터 금융 앱,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기술 기반으로 운영되며, 점점 더 많은 기술이 중국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자본과 얽히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중립적인 외양을 하고 한국에 진출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투명성, 중국 정치 엘리트들과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비밀'에 대한 불편한 친밀감이 존재한다.

문제는 서울이 워싱턴이나 브뤼셀과 달리 영향력을 둘러싼 제도적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외국 대리인 등록법이 없고, 로비스트 등록부도 미비하며, 공무원이 외국 기관과의 상호작용을 공개해야 할 구속력 있는 요구 사항도 명확하지 않다.

특히 통신·AI·방위와 같은 민감한 산업 부문에서는 이러한 규제적 진공 상태에서 영향력이 은밀하게 번성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오랫동안 투명성에 대한 '제도적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기술 대기업의 촉수는 전 세계적이며 계속 확장되고 있다. 도시 인프라 데이터를 수집하는 DJI 드론부터 소비자 행동에 대한 틱톡의 알고리즘 지문 인식, 클라우드와 전자상거래 인프라에 대한 알리바바의 투자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광범위하다.

이들은 동남아시아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아프리카에 스마트 시티 솔루션을 제공하며, 유럽에서는 컨설팅 회사와 제3자 검증자를 통해 정책 결정에 '백도어'를 만든다. 이들의 전략은 일관된다.

먼저 '시장 참여자'로 위장해 침투하고, 의존성을 구축한 다음, 중요할 때 레버리지를 행사하는 것이다. 영향력 행사는 미묘한 압박, 내러티브의 변화, 혹은 베이징의 이익에 불리한 규제의 '조용한 지연'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강대국 경쟁의 단층선에 서 있으며, 중국 공산당의 대외 참여 전략에서 '상관(교섭 대상)'이자 '볼모(인질)'가 되는 이중적 위치에 있다. 사이버 간섭과 허위 정보가 공개 토론을 오염시키는 사례는 이미 목격되었지만, 이제 다음 전쟁터는 '봇'이 아닌 '회의실'이다.

누가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누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누가 규제기관의 신뢰를 얻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단순히 "평상시와 다름없는 업무"인 척하는 것은 위험할 정도로 순진한 생각이다.

한국은 투명성과 제도적 회복력에 기반을 둔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여기에는 의무적인 공무원 등록부 도입, 공무원과 외국 기업 대표 간 회의 공개 요구 사항, 민간 부문으로 진출하는 전직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윤리 지침, 기술 조달 결정에 대한 감독 메커니즘 구축 등이 포함된다.

무엇보다 서울이 너무 작거나 세련되어서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표적이 될 수 없다는 착각을 멈춰야 한다. 영향력 행사는 쉬운 표적을 찾지 않으며, 오히려 '관련성 있는 것들'을 찾는다. 브뤼셀에서 벌어진 일은 이미 전 세계에서 상영 중인 장편 영화의 예고편이며, 서울이 다음 상영관이 될 수 있다.

결국 투명성 법, 로비 공개, 조달 보호 장치, 기존 부패 방지법 그리고 약간의 전략적 편집증은 과잉 반응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의 용어를 '조용히 다시 쓰는'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규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