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달러환율 국채금리 "PCE 물가폭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연준 내부의 인하 요구가 잇따르면서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2년 만에 연준 이사진 내 가장 큰 이견을 기록하는 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선물시장에서 이달 기준 금리가 동결할 확률은 97% 수준이다. 인하 확률은 2%대로 사실상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현재 연준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로 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지난 15일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7% 올라 직전월의 상승률(2.4%)보다 가팔라져 관세 여파의 초기 징후가 포착됐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6월 CPI 발표 이후 7월 금리 동결을 시사한 FOMC 위원의 수가 7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약달러 정책도 연준의 물가 우려를 높이고 있다.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미국 내 수입 가격이 높아진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올 들어 9.98% 하락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지난 16일 “약달러로 인해 앞으로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내 금리 인하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지난달부터 7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이번 FOMC에서 2명의 연준 이사가 반대 의견을 낼 경우 이는 1993년 12월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시절 이후 처음이다. 미국 경제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파월 의장이 재임 중 주재한 60차례의 회의에서 지역 연은 총재가 아닌 이사의 반대 의견이 있었던 회의는 2차례에 불과하다. 웰스파고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사라 하우스는 “7월 기준금리에 변화는 없겠지만 통화 정책이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거대 기술기업의 실적 발표도 뒤따른다. 이번 주에는 거대 기술기업 7곳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M7)'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애플의 실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들의 실적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의 현재 위치를 가늠하려 들 것이다.
지난주는 미국 3대 주가지수가 모두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며 1.46% 올랐고 나스닥종합지수도 1.02%,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6% 상승했다. 알파벳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호조였던 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상도 막바지 단계라는 관측이 위험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트럼프가 연준 본부를 찾을 만큼 압박이 이어지는 와중에 연준에서도 통화정책 관련 의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파월이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증시는 통화완화 재개를 빠르게 프라이싱할 수 있다.미국 빅테크들의 실적은 시장에 모멘텀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재료다. M7 중 MS와 메타는 30일, 애플과 아마존은 31일에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전체 실적보단 해당 기업들이 AI 투자 및 지출에서 어떤 성과를 냈고 향후 어떤 전개를 예상하는지가 시장의 관심사다.증시의 강력한 반등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 센터 운영 기업)들이 지출한 자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들이 AI 관련 지출하는 금액은 올해 3천5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와 6월 PCE 가격지수도 변수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 다르다.
팩트셋이 집계한 7월 비농업 신규 고용 예상치는 11만5천명으로 6월의 14만7천명에서 감소, 실업률은 4.1%에서 4.2%로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6주 연속 하락한 것처럼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어 당장 시장의 우려는 덜하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지표를 더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여파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묻어나기 시작했는데 PCE 가격지수도 유사한 조짐을 보일지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PCE 가격지수는 연간 기준으로 2.3%에서 2.4%로, 월간 기준으로 0.14%에서 0.3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1일로 끝나는 관세 유예 시한도 변동성을 촉발하는 재료다.
트럼프가 이날을 '하드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으나 주요 교역국 대상으론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27일 스코틀랜드 회동에서 미국과 EU가 무역합의에 도달하면 8월 1일 변수는 한층 약해질 것이다.
아울러 투자자는 오는 28일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미·중 무역협상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과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협상 타결 기대감에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8.01포인트(0.47%) 오른 44,901.9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5.29포인트(0.40%) 오른 6,388.6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0.36포인트(0.24%) 오른 21,108.32에 각각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들어 1.3%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1%, S&P 500 지수는 1.5% 상승해 주간 기준으로 3대 지수 모두 상승했다.
특히 S&P 500 지수는 이날 상승으로 이번 주 들어 5거래일 연속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 지수는 3거래일 연속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뉴욕증시는 2분기 실적발표 기간을 맞아 주요 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내놓고 고용지표도 견조한 모습 이어간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169곳 가운데 82%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로 예정된 애플, 메타 플랫폼 등 주요 빅테크의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 협상 낙관론도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우려를 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일본과의 무역 협상 타결을 발표한 데 이어 EU와의 최종 협상을 앞두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사실을 알리며 "일요일(27일)에 대서양 통상관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강력하게 유지할지 논의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욕증시가 강세 흐름을 지속할지를 두고 월가에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켓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노동시장 위축, 소비 위축, 무역 긴장,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해임 가능성 등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주요 사안들이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꾸준한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증시가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토마스 마틴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무역 협상 성사를 기대에 반영하고 있는데, 만약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시장이 상승할 여지보다는 실망할 여지가 더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관세 전쟁에 대해 금융 시장에서는 이제 수용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각국의 투자를 둔화시키고 공급망이 재편되는 등 실제 글로벌 경제에는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투자 패턴을 바꾸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피해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몇몇 무역 상대와 상호관세와 관련한 예비 협정을 발표했다. 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서는 8월 1일부터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정책은 트럼프발(發) 무역 장벽의 단계적 변화로, 전 세계 무역과 투자 패턴을 재편하기 시작했다는 게 블룸버그의 평가다.
현재 미국의 전체 관세 수준은 1930년대 이후 가장 높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작년 약 2.5%에서 현재 13.5%로 약 5배로 상승했다. EU와 협정이 발효되면 평균 관세율은 16%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위협은 자제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실제로 뉴욕 증시 주가는 4월 초 이른바 '해방의 날' 발표로 급락했다가 다시 회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감수할 수 있다고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부터 미국 토마토 재배업체, 베트남 운동복 공장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의도하지 않은 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오는 2027년 말까지 관세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2조달러(약 2천7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장기적으로 볼 경우 생산과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일부 손실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경제자문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다니엘 하렌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이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결국 최종 관세는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의 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번 주 중요한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늘 낙관적인 입장이다. 지난 6월에도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관세 덕분에 우리 경제는 번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주식 시장의 기록적인 상승과 세수 급증을 지적하지만, 이 모든 것이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를 납부하기 때문이라는 점은 늘 빼놓는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최근 몇 달간 미국의 경제 전망을 약간 상향 조정했다. 4월 시장이 급락했을 때 고조됐던 경기 침체 우려도 많이 완화됐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경기가 상승세를 보이기보다는 둔화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관세는 이미 제너럴모터스(GM), 다우, 테슬라 등 미국 거대 기업들의 수익을 잠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금까지 큰 인플레이션 충격을 가져오지는 않았고, 미국 경제의 원동력으로 볼 수 있는 소비도 버티고 있지만 동시에 약간의 부담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