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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산 100% 관세’ 경고에 美 농민들 “비료값 폭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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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산 100% 관세’ 경고에 美 농민들 “비료값 폭등 우려”

지난해 5월 3일(현지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 찰티르 마을 인근 들판에서 농민들이 해바라기 씨를 파종하는 동안 파종기에 비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5월 3일(현지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 찰티르 마을 인근 들판에서 농민들이 해바라기 씨를 파종하는 동안 파종기에 비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제품에 대해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미국 농민들이 주요 비료 가격 급등 가능성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 비료 수입 13억달러…옥수수·콩 농가 "감당 못 해"


19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요소와 요소암모늄질산염 등 질소 성분 비료를 중심으로 총 13억 달러(약 1848억원)어치를 수입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옥수수와 콩 같은 작물 재배 농가가 주요 수요층으로 이들은 이미 낮은 판매가에 시달리고 있어 생산 비용이 더 오르면 견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50일 안에 중단되지 않으면 러시아와 그 거래국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비료가 예외 적용을 받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관측이다.

로브 라루 미국농민연맹(NFU) 회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비료 수입업체나 유통업체들은 이미 위험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비용이 오르면 농민들은 경작을 포기하고 땅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폭발 위험 있는 비료라 대체도 어려워"


전문가들은 특히 요소암모늄질산염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화합물의 미국 내 수입량 중 약 46%가 러시아산으로 생산 과정에서 폭발 위험이 있어 제조 가능한 나라가 제한적이다.

S&P 캐피털 계열 농업정보업체의 앨런 피켓 분석책임자는 “이 비료는 작물 성장에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폭발 위험도 크다”며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생산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피켓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해 생산 단가가 낮은데, 미국이 이를 끊으면 자국 내 생산을 늘려야 하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소 비료는 생산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국가다. 따라서 수입이 막히면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불가피하다.

◇ 가격은 오르고 수입은 줄고…농가 수익성 ‘이중고’


미국 비료연구기관 ‘페르틸라이저 인스티튜트’의 베로니카 나이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비료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 공급망이 붕괴됐고 미국이 인권 문제로 벨라루스산 비료에 제재를 가한 데 이어 러시아와의 교역도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나이는 “지난 4~5월에는 질소 비료 수입이 전년 대비 22% 줄었고 칼륨 비료인 포타시는 16% 줄었다”며 “정책이 계약서 쓰고 배에 실을 때까지 바뀔까 봐 미국 시장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료업체들이 러시아산 비료를 제재 전에 미리 들여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미국의 전체 요소 수입은 18% 줄었지만 러시아산 요소 수입은 34% 증가했다.

◇ 수입 줄면 ‘질소→수확량 감소’ 직격탄


미국 농가들은 일정 수준의 질소 비료는 반드시 써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이를 줄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스톤X의 조시 린빌 비료 담당 부사장은 “질소를 줄이면 수확량도 줄어든다”며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인 자원은 자급자족이 가능하지만 칼륨 비료의 경우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며 대부분 캐나다산이다. 인은 비료의 3대 주성분 가운데 하나로 인산염 형태로 작물에 공급된다.

그러나 최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자국산 포타시도 미국의 관세 대상에서 예외를 받기 어렵다”고 밝혀 우려를 더했다.

농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옥수수 한 부셸 가격은 현재 4~5달러(약 568~710원)로 몇 년 전 7달러(약 9947원)를 넘던 때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콩도 10달러(약 1만4210원)에 머무르며 과거 16달러(약 2만2736원)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나이 이코노미스트는 “단가가 낮은 상황에서 투입 비용이 오르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