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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트럼프 관세' 방패 삼아 삼성·LG에 이례적 단가 인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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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트럼프 관세' 방패 삼아 삼성·LG에 이례적 단가 인하 압박

LG디스플레이는 수용, 삼성은 추가 협상…韓 기업 희비 엇갈려
中 BOE 내세워 압박 수위 높여…삼성의 '영업비밀' 소송이 변수
애플이 미국의 관세 부담을 이유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아이폰 차기작의 OLED 패널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애플은 중국 BOE를 협상 카드로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대응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이 미국의 관세 부담을 이유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아이폰 차기작의 OLED 패널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애플은 중국 BOE를 협상 카드로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대응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애플이 미국의 관세 부담을 이유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차기 아이폰용 OLED 패널의 단가 인하라는 이례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압박에 LG디스플레이는 사실상 이를 수용한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추가 협상을 고수하며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IT 전문 매체 페이턴틀리 애플, 패스트 테크놀로지(Fast Technology)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각) 이같이 전하며, 이번 요구가 통상 생산에 훨씬 앞서 부품 가격이 확정되는 업계의 오랜 관행을 깨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아이폰 17 시리즈 시범 생산에 들어간 애플은 이번 주 삼성과 LG 양사에 패널 가격 인하를 공식 통보했다. 업계는 이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고율 관세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한다.

◇ 엇갈린 韓 기업 대응…수익성 악화 우려


소식통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요구를 수용했다. 상대적으로 애플 매출 의존도가 높은 LG디스플레이가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BOE의 품질과 기술 문제가 해결된다면 LG의 공급 비중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가격 문제에 애플과 추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다.

애플은 협상력을 높일 카드로 중국의 BOE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중국 내수용 아이폰 17 프로 시리즈에 BOE 패널 탑재를 승인했다. BOE를 공급망에 포함시켜 기존 공급사인 삼성과 LG의 가격을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번 단가 인하 요구가 패널을 넘어 공급망 생태계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본다.

한 분석가는 "OLED 패널과 카메라는 아이폰 전체 원가의 1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이번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한다면 삼성과 LG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BOE 카드'의 위험…영업비밀 소송이 변수


다만 애플이 BOE 카드를 꺼내 드는 데에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 페이턴틀리 애플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BOE의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 도용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고 전했다. 이 판결 때문에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는 애플이 BOE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을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BOE 패널은 중국 내수용 모델에만 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이 법적 문제를 애플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 미·중 무역분쟁과 관세 부담 속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다목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LG·BOE 사이의 경쟁을 부추겨 최대의 이익을 얻으려는 애플의 계산이 담겨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