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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간판 내건 우버·그랩, 전기차는 100대 중 1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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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간판 내건 우버·그랩, 전기차는 100대 중 1대뿐

2040년 무공해 약속했지만, 현실은 1%도 안 돼…충전소 부족과 비싼 차값이 발목
우버 등 전 세계 주요 차량공유 업체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야심찬 전기차 전환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전기차 비율은 1%도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더이미지 확대보기
우버 등 전 세계 주요 차량공유 업체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야심찬 전기차 전환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전기차 비율은 1%도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더
전 세계 차량공유 업체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야심찬 전기차 전환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전기차 비율은 1%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레스트 오브 월드가 지난 17(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우버와 그랩, 볼트 등 주요 업체들이 2040년까지 무공해 차량 전환을 약속했으나 충전소 부족과 높은 차량 값 때문에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는 2020년 모든 차량과 배송을 2040년까지 무공해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기준 710만 명의 우버 기사 중 몇십만 명만이 친환경 차량을 쓰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업체인 그랩도 204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지만, 지난해 전체 승차와 배송 서비스 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자전거, 도보 등 저공해 또는 무공해 교통수단 이용률이 7%에 그쳤다.

조사업체 가트너는 우버와 리프트, 그랩 등이 전체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지만, 각 업체의 전 세계 전기차 비율이 1%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가트너의 시바니 팔레푸 교통기술 분석가는 "이들 업체가 전기차 도입에서 엄청난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100% 전기차 전환을 이룰 가능성은 매우 낮다""지역마다 전환 속도가 크게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중심으로 사업하는 리프트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상당한 보너스와 충전 할인에도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승차 비율이 20%에 그쳤다. 우버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에서 전기차가 전체 운행거리의 10% 가까이, 유럽에서는 15% 넘게, 런던과 암스테르담 같은 선도 도시에서는 40%까지 차지한다고 밝혔다.
◇ 개발도상국 기반시설 격차가 가장 큰 장벽

전기차 도입 장벽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 지역에서 더욱 높다. 열악한 충전 기반시설과 높은 차량 값, 불분명한 규제 등이 이미 박한 수익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사들의 전기차 전환을 막고 있다.

에스토니아 탈린에 본사를 둔 세계 4위 차량공유 업체 볼트의 나타돈 숙시리타난 태국 국가 책임자는 지난달 방콕에서 열린 태국 첫 차량공유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3년간 볼트 차량의 10%만 전기차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볼트는 전 세계 60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럽과 아프리카 70개 도시에서 전기차와 친환경 차량을 운영한다. 볼트의 전기차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오슬로와 암스테르담, 헬싱키, 런던, 파리, 리스본 등이다.

기반시설 격차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유럽은 2025년 말까지 60km마다 급속충전소를 세우도록 한 법률이 통과된 지 2년 만에 100만 개가 넘는 공용 충전기를 갖췄다. 반면 볼트가 50만 명이 넘는 기사를 둔 태국에는 1만 개가 안 되는 충전소가 있으며, 이 중 절반도 안 되는 곳에서만 급속충전을 할 수 있다.

무수수료 차량공유 업체 타다의 조나단 추아 지역 총괄 책임자는 "정부가 앞장서서 강력한 정책을 펼치는 싱가포르가 지역 안에서 예외"라며 "전국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목표와 전기차 도입 지원금, 규제 지원 등이 싱가포르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충전 기반시설 외에도 차량공유 기사들은 전기차 전환에 여러 가지 돈 문제와 운영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기사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 전력이 떨어지면 생계에 바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팔레푸 분석가는 "주행거리 걱정이 기사들의 전기차 도입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라며 "전기차 충전에는 휘발유나 경유 주유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 하루 마칠 수 있는 운행 횟수가 줄고, 이는 수입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차량공유 기사들은 기존 차량 대출에 필요한 신용 점수가 부족하다. 태국 첫 투자은행인 티스코 금융그룹의 키티포압 왓차라바순트라 위험 분석 책임자는 방콕 정상회의 발표에서 "차량공유 앱의 장점 중 하나는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회사 앤틀러 인도의 니틴 샤르마 동업자는 "대출업체들이 개념상으로는 수입과 차량 이용률, 기타 자료를 대출 심사에 쓰기 시작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실제 돈을 빌려주는 현실은 아직 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개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주행거리가 140km에서 고급 모델의 경우 400km가 넘게 늘어났고, 타타와 시트로엥 같은 제조업체들은 30km까지 보증을 해준다.

구루그람에 있는 전기차 차량 운영업체 밀로 드라이브의 모닐 제이셰쿠마르 카트리 공동창업자는 "서비스 처리 시간이 며칠에서 몇 시간으로 줄었다""이는 차량 운영 시간에 수입을 의존하는 기사들에게 판을 바꾸는 발전"이라고 밝혔다.

신흥시장에서는 혁신적 해결책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 아프리카의 아모스 음완기 선임 전기 교통 연구원은 "배터리 교환과 유연한 소유 모델이 종종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볼트는 싱가포르 슬릭 EV와 손잡고 낮은 이자율과 긴 상환 일정, 해마다 무료 타이어 교체가 들어간 임대-구매 모델을 도입했다. 슬릭 EVZQ 옹 창업자에 따르면 이 업체는 약 4000대의 전기 오토바이를 팔았으며, 이 중 약 10%가 차량공유와 배송 서비스에 쓰인다.

인도에서는 블루스마트가 인도 첫 전기차 전용 차량공유 서비스를 만들어 델리와 벵갈루루에서 6년간 사업을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뭄바이에 진출했지만 지난 5월 창업자들의 금융 비리로 무너졌다. 팔레푸 분석가는 블루스마트의 짧은 성공에 대해 "전기차 중심으로 전체 모델을 만들어 운영상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밝은 면도 있다. 중국 제조업체 비와이디(BYD)는 전 세계적으로 우버와 10만 대, 그랩과 5만 대의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음완기 연구원은 "모든 시장에서 정책 지원과 전기차 기술, 충전 기반시설의 확보, 금융, 부문별 기술 향상, 인식 개선이 전기차 전환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