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장관 “작은 국가는 10%, 큰 경제권엔 고율 관세” 예고

러트닉 장관은 미국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과 협상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관세는 예정대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작은 나라들에는 10% 기본관세, 큰 경제권엔 더 높은 관세”
러트닉은 20일 방영된 CBS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카리브해 지역의 소규모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10%의 관세를 적용받게 될 것”이라면서 “반면 EU·일본·한국 등 주요 교역 대상국은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더 높은 ‘공정한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각국에 관세를 예고하는 서한을 발송했고, 일부 국가와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12일 EU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최대 3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국가에는 구리 제품에 50%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8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지난 4월 발표한 관세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 “EU·캐나다·멕시코와 협상 중…USMCA도 재협상할 것”
러트닉 장관은 “EU와의 협상은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과 EU는 세계 최대의 교역 파트너인 만큼 합의에 이를 것으로 자신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조금 전에도 유럽 측과 직접 통화했다”면서 “양측 모두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EU는 보잉 항공기, 미국산 자동차, 버번 위스키 등 840억 달러(약 116조5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국가들과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35%, 30%의 관세를 예고했으며 이는 펜타닐 밀매와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현재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적용받는 품목은 관세에서 면제된다. 러트닉 장관은 “USMCA 역시 1년 내 재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관세는 경제성장 유도…GDP 최대 1.5% 높일 것”
러트닉 장관은 이번 관세 조치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각국의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게 만들고, 이는 3000억~4000억 달러(약 417조~556조 원) 규모의 수출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1.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낙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간 관세 수입이 3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지만 이를 정부 수입으로 과신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권 교체나 법적 판결에 따라 관세는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 “물가 영향 없을 것…연준 의장 파월은 미국 고통스럽게 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인들은 ‘놀랄 만큼 낮은 가격’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입업체보다 미국 내 제조업체가 더 중요하다”며 “관세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연방준비제도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겨냥해 “지금 금리가 너무 높아 미국 경제에 고통을 주고 있다”면서 “그는 최악의 실수를 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연간 7000억 달러(약 973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대통령의 전략은 시장을 열게 하는 것…8월 1일은 확정된 마감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2일을 ‘해방의 날’로 선포하며 대대적인 관세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90일 유예 조치를 거쳐 이달 초 다시 8월 1일로 마감선을 못 박았다. 러트닉 장관은 “이제 더는 연기 없다”면서 “8월 1일부터 관세 부과가 시작될 것이고, 그 이후에도 협상은 계속되겠지만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전략은 단순하다. 각국이 시장을 개방하든지, 아니면 미국에 관세를 내든지 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2주는 기록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