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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근로자 15%는 여름휴가도 사치…“42만명은 1주일 휴가도 감당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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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근로자 15%는 여름휴가도 사치…“42만명은 1주일 휴가도 감당 못해”

지난해 5월 25일(현지시각) 스페인 팔마데마요르카의 엘아레날 해변에서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5월 25일(현지시각) 스페인 팔마데마요르카의 엘아레날 해변에서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근로자 7명 가운데 1명은 여름휴가조차 떠날 여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정체된 반면 물가와 생활비가 치솟으면서 이른바 ‘휴가 빈곤’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0일(이하 현지시각) 유로뉴스에 따르면 EU 전체 취업자 중 약 15%에 해당하는 4200만명이 지난 2023년 기준 1주일 이상 집을 떠나는 휴가를 경제적 이유로 떠날 수 없었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이 유럽통계청(Eurostat)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 독일·프랑스도 예외 아냐…“EU의 사회계약이 무너지고 있다”

ETUC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휴식을 갖는 것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필수이며 유럽 복지의 기본 정신”이라며 “이 수치는 유럽이 ‘좋은 일자리’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빅4’로 불리는 EU 주요국(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도 500만명이 넘는 취업자가 휴가를 감당하지 못했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 620만명, 독일 580만명, 스페인 560만명, 프랑스 510만명 순이다.

에스터 린치 ETUC 사무총장은 “열심히 일한 뒤 최소한 일주일 휴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권리인데 지금 유럽에선 그것조차 사치로 전락하고 있다”며 “소득 불균형 심화로 유럽 사회계약이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 루마니아 32%, 헝가리 26%…동·남유럽 국가들이 휴가 빈곤 ‘집중’


국가별 격차도 두드러졌다. 루마니아(32%)가 가장 높았고 헝가리(26%), 불가리아(24%), 포르투갈·키프로스(각 23%), 슬로바키아(22%) 순으로 동유럽과 남유럽 국가에서 휴가 빈곤이 특히 심했다.

반면에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들의 휴가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핀란드·스웨덴·덴마크와 네덜란드·룩셈부르크·슬로베니아는 5~7% 수준에 그쳤고 체코·오스트리아·벨기에는 10% 이하였다.

빅4 국가 중 스페인(18%)과 이탈리아(17%)는 EU 평균(15%)을 웃돌았고 프랑스(12%)와 독일(11%)도 여전히 10% 이상이었다.

◇ 고소득이어도 예외 아냐…아일랜드·슬로베니아 대조적 사례


연봉이 높을수록 휴가 빈곤 비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지만 예외도 있었다. 아일랜드는 2023년 기준 연간 순소득이 4만3897유로(약 6800만원)로 EU 상위권이지만 휴가 빈곤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었다.

반면 슬로베니아는 소득 수준이 그보다 낮지만 휴가를 감당 못하는 근로자 비율은 낮아 복지정책이나 생활비 부담 등의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6세 이상 EU 전체 인구 기준으로는 휴가 빈곤율이 29%에 달했다. 근로자 집단(15~64세)만 추려보면 그보다 낮지만 양 집단 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즉, 취업자의 휴가 여건이 일반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과도 연결된다는 의미다.

ETUC는 각국 정부가 EU의 ‘최저임금 지침’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대해선 올해 안에 발표될 ‘양질의 일자리 패키지’에 임금 격차 해소와 단체협약 강화를 위한 입법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