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파키스탄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미국 측에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고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재조정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무니르 참모총장이 지난달 18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인도-미국 간 신뢰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인도는 이 만남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 ‘테러 지원’ 인식 충돌…무니르 백악관 초청에 인도 반발
인도 외교부는 트럼프-무니르 회담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월 “카슈미르 관광객 살해는 종교적 신념을 확인한 뒤 벌어진 잔혹한 공격이며 파키스탄군 지도부는 극단적 종교 관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인식을 가진 파키스탄 군 지도자를 미국이 백악관으로 초청한 데 대한 인도의 외교적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파키스탄 측은 오히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힌두 민족주의에 경도돼 있으며 무슬림 소수자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무니르 참모총장의 백악관 방문은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군 단독 지도자를 민간 고위 관리 없이 초청한 최초 사례로 양국 군사 협력 확대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국경 충돌 이후에도 파키스탄과의 대테러 협력을 지속할 의지를 밝히며 무기를 제공해 왔다. 이에 대해 인도 측은 “미국의 대파키스탄 무기 지원이 장차 인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무역 협상 지연에 초청 거절…인도, 미국 대신 중국 접근 시도
이번 갈등은 외교 분야를 넘어 통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초청을 거절했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을 상대로 보복 관세 부과를 제안하는 등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하르쉬 판트 인도 옵서버리서치재단 외교정책연구소장은 “인도는 현재 중국과도 관계를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도 이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은 최근 2020년 국경 충돌 이후 처음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인도는 2020년 이후 중국산 투자에 대한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인도는 중국의 파키스탄 군사 지원과 주변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여전히 우려를 갖고 있다.
크리스토퍼 클래리 미국 올버니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는 인도로 하여금 미·중 관계가 갑작스레 화해로 돌아설 가능성에 대비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도는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을 직접 자극하기보다는 방글라데시 등 인근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