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 AI 허브 꿈꾼 사막…냉혹한 드론 리스크에 무산될 수도
걸프만 빅프로젝트, 현실은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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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22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드론 무기 발달 상황을 근거로, 이 지역 AI 데이터센터가 드론과 미사일의 물리 공격에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하면서 걸프 지역이 AI 데이터센터의 거점이 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인 AI 데이터센터
2019년 이란 지원 후티 반군은 드론과 미사일을 써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카이크·쿠라이스 석유 단지를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가 하루 만에 중단됐다. 이 사례는 드론이 어떻게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지 보여준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러시아군 전략 항공기를 공격해 파괴하는 ‘거미줄 작전’을 펼쳤다. 우크라이나 드론 일부는 러시아 전차의 장갑을 뚫는 무장을 장착했다. 이런 값싸고 파괴력이 큰 드론은 이란의 지역 대리인이나 비국가 행위자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UAE에 예정된 AI 데이터센터는 10㎢ 이상 면적에 수많은 고성능 서버가 들어서며, 이 서버를 식히는 냉각 설비는 외부에 드러나 있고, 보호장비를 덧대기도 어렵다. 드론 한 대가 냉각기를 손상하면 서버가 멈추고 AI 훈련 작업이 중단될 우려가 크다. 특히 탄도미사일 공격과 함께 중복 공격이 이어지면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형 드론 하나가 냉각 설비를 망가뜨려 데이터센터를 몇 시간, 며칠간 전면 가동 중단에 빠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물리적 방어책 마련 필요하지만, 한계 뚜렷
드론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단순 경계망과 감시 카메라뿐 아니라, 튼튼한 울타리와 철망, 총포 진지, 드론 신호 방해 장치, 복수의 방공망 등이 필수다. 그러나 이런 첨단 방어 장비는 비용이 많이 들고, 대만과 우크라이나 등에서 이미 수요가 많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방공 시스템도 여러 차례 공격에서 일부 미사일을 막지 못했다. 대규모 값싼 드론 떼 공격은 방공 효율을 떨어뜨리기 쉽다. AI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더 치명적이고 싸게 만든 드론이 더 쉽게 풀릴 위험도 있다.
미국 정부와 기업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 위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래야 수십억 달러를 잃는 일을 막을 수 있다.
◇ 전략적 위험과 미국의 지역 밀착 심화
걸프 지역 AI 인프라 확장은 미국이 중동에 더 깊숙이 개입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정치 개입 축소를 꾀해 왔지만, 걸프 국가들은 AI 협력을 통해 미국 안보 약속을 강화하길 원한다. 하지만 미국 이익과 현지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을 대만에서 국내로 들이는 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고, AI 칩을 다수 쓰는 데이터센터는 갈등 위험 지역인 걸프에 두는 것은 전략적으로 문제가 크다. 전문가들은 “걸프 지역 AI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위험과 지정학적 얽힘 문제는 더 깊이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편, 이 같은 물리적 위험 문제는 사이버 보안 이슈보다 훨씬 덜 논의된다. 기술 분야 임원과 투자자들은 네트워크 보안에는 익숙하지만, 무장 드론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