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현대차도 타격…"트럼프, EU와 한국에도 유사한 감세 협상 진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체결한 자동차 관세 감면 합의가 일본 및 유럽·한국 자동차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한 반면에 미국 완성차 업계는 “역차별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지 약 3개월 만에 일본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백악관이 전날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멕시코나 캐나다산 부품으로 미국 내에서 조립되는 차량보다 일본에서 전량 생산된 차량이 더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관련 업계에서 커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 미국 자동차업계 “미국산 차량에 더 높은 관세…납득 못 해”
자동차 업계 로비스트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또 다른 포기”라고 평가했고, 실제로 GM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여파로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규모의 순이익 감소를 보고하며 다음 분기에는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텔란티스도 올해 상반기 27억달러(약 3조7300억원) 손실을 예고했다.
◇ 테슬라·현대차도 타격…유럽·한국 자동차주 동반 상승
이번 관세 감면으로 일본 토요타, 혼다 등 주요 자동차업체 주가는 급등했으며 유럽과 한국 자동차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한국에도 유사한 감세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과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EU과 한국에 일본식 합의 모델을 제안하고 있으며 EU 27개 회원국도 15% 기준 관세를 포함한 자동차 관세 감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번 주 예정된 가운데 양사 모두 이번 관세 여파로 큰 폭의 수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2005년 87억 달러(약 12조 원)에서 2024년 373억 달러(약 51조6000억 원)로 4배 이상 증가한 바 있다.
◇ “투자 유치 없으면 관세 감면 없다”
이번 일본과의 합의에 대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61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제시했기 때문에 관세 인하가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같은 조건을 다른 국가들이 재현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일본과 EU 외에 다른 국가와의 추가 감세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투자는 전례 없는 제안이었고 현재로선 (감세는) 협상의 일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한을 보내 자동차 수출 전량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같은 날 일본 총리에게 보낸 서한과 유사한 내용으로 협상 지연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에서는 시게루 이시바 총리가 이번 합의에 대해 “관세보다는 투자 유치를 우선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데라자와 타쓰야 전 일본 경제산업성 차관은 “자동차와 부품에 15%가 적용된다면, 일본이 원하던 결과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