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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노조 설립 투표 승인…노사 갈등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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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노조 설립 투표 승인…노사 갈등 새 국면

노동자들 '안전·처우 개선' 요구… 사측 '조직적 노조 방해' 의혹도
사측 'UAW의 선거 지연술' 반박…美 배터리 노동시장 분수령 되나
포드와 SK온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이 노조 설립 투표를 앞두고 노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노동자들은 안전 문제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노조의 선거 지연술을 비판하며 맞서고 있어 미국 배터리 노동 시장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WHAS11이미지 확대보기
포드와 SK온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이 노조 설립 투표를 앞두고 노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노동자들은 안전 문제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노조의 선거 지연술을 비판하며 맞서고 있어 미국 배터리 노동 시장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WHAS11
포드와 SK온의 미국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 켄터키 배터리 공장의 노동조합 설립 투표가 지난 1월 노동자들이 대표 청원을 제출한 지 약 반년 만에 공식 승인됐다고 현지 언론 WHAS11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노조 설립을 추진해 온 노동자들은 승리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그 과정에서 사측의 부당한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해 투표를 앞두고 노사 간 긴장감은 오히려 높아지는 모양새다.

켄터키주 하딘 카운티에 건설 중인 블루오벌SK 공장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움직임은 지역 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본격화했다. 앤디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와 지역 정치인들까지 루이빌에 있는 국제전기노동자형제단(IBEW) 제369지부에 모여 노조 결성을 지지하고 나섰다.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그룹 관계자는 아직 공장이 완공되지 않았는데도 현재 근무하는 직원 약 800명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노조 가입을 원한다고 전했다.

연방 기관인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수개월간의 검토 끝에, 해당 공장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찬반 투표를 하고 단체 교섭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승인했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주요 요구사항은 ▲안전한 작업 환경 보장 ▲합리적인 임금과 복리후생 ▲안정적인 고용 보장 등이다. 블루오벌SK에서 1년간 일했다는 노동자 아만다 이스트 씨는 "힘든 싸움이었다"며 "회사와 마주 앉아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회사와 노동자 모두 함께 성공하는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안전 위협·부당 처우'…곪아 터진 노동자 불만

특히 안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장 안 곰팡이와 유해 화학물질 노출, 수십 명의 부상자 발생 같은 심각한 문제가 되풀이됐고,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해고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블루오벌SK의 앰버 러베이 생산 운영자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개인보호장비(PPE)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동료가 몸에 맞지 않는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훈련받는 것을 감독관이 보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러베이 씨는 "내가 직접 감독관에게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해야 했다"며 "상황을 지켜보던 감독관이 당연히 조처했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블루오벌SK 생산직 초임이 UAW 소속 다른 공장 조합원보다 현저히 낮고, 의료비 부담이 과도한 점도 주요 쟁점이다. 사측이 노조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측은 노조 조직화를 막으려고 외부 법무법인과 자문회사를 고용하고, 수만 달러 규모의 온라인 반노조 광고를 하는 등 체계적인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입 사원에게는 강압적인 반노조 교육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스트 씨는 "노조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 사유서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의 상징색인 붉은색 옷을 입지 말라는 압박과 함께 회사의 상징색인 '파란색이 더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러베이 씨 역시 "업무 교육 둘째 날,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도 제대로 공지 받지 못한 때에 회사는 반노조 성향의 발표를 할 시간은 찾아냈다"고 폭로했다. 이에 UAW는 사측의 조직적인 방해와 보복이 이어진다며 최소 3건 이상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NLRB에 고소했고, NLRB는 현재 공식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직접 소통' vs '선거 방해'…엇갈린 사측의 두 얼굴

블루오벌SK는 이를 즉각 반박했다. 사측은 성명에서 "안전은 블루오벌SK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며 "모든 팀원은 개인보호장비를 지급받고 올바른 착용법을 교육받는다. 이와 다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노조 설립과 관련해 "팀원들은 경영진과 직접 소통하는 관계를 유지할지, 노조에 목소리를 위임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선택의 영향을 받는 직원 대다수가 투표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미국 노동법을 지지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사측은 UAW를 강하게 비판했다. 회사는 "UAW가 시의적절하고 공정한 선거를 늦추려고 부정직한 전술을 쓰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팀원 과반이 UAW를 지지한다며 투표를 원한다고 수개월간 주장했지만, 이제 와서 비밀 투표를 막으려고 NLRB에 '선거 저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이러한 법률적 대응은 선거 절차를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연방 정부가 감독하는 비밀 투표로 우리 팀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증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UAW의 행동은 팀원들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통제하려는 뜻을 보여준다"며 "우리 팀은 예정대로 생산을 시작하고 미래 이동 수단을 위한 최고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공장이 완공되면 5000여 명이 일하며 해마다 120GWh 이상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어서, 이번 투표는 미국 전체 배터리 노동시장의 흐름을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투자자들과 지역사회 역시 블루오벌SK에 노조 활동 보장과 투명한 소통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이번 일을 지켜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