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할리우드에 개장한 미래형 복합 상업시설 ‘테슬라 다이너’가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잦은 시스템 오류와 메뉴 품절, 긴 대기시간 등으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머스크의 팬들은 여전히 ‘사이버트럭 박스’에 담긴 와플과 기념품을 손에 쥐기 위해 수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줄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머스크가 개장한 이 '레트로-퓨처리즘(retro-futurism)' 콘셉트의 드라이브인 식당을 직접 방문해 체험한 내용을 2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식당은 고급 버거와 팝콘, 밀크셰이크 등을 판매하면서 고객은 테슬라 전기차를 충전하고 클래식 영화를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 앱은 먹통, 메뉴는 품절…“테슬라 사용자 우선” 위계도 존재
원래 테슬라 차량 안에서 주문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전용 앱이 오류를 일으키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테슬라 이용자들이 내부에서 직접 주문하도록 우선 조치가 이뤄졌다. 이 탓에 도보로 방문한 일반 고객은 2~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디언은 “모든 시스템이 고장난 가운데 테슬라 소유자는 약간 덜 고통받는 구조가 드러났다”며 “‘고장난 시스템 속 위계질서’가 이번에도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기자는 약 한 시간 대기 끝에 주문을 할 수 있었고 음식은 10분 내로 나왔지만 와플은 식어 있었고 케일 샐러드는 드레싱이 덜 뿌려졌으며 탄산음료는 저렴한 품질에 환경을 의식한 대나무 빨대와 함께 제공됐다. 일부 메뉴는 품절됐고 전날 방문한 고객은 “저녁 7시쯤 주방이 문을 닫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로봇 팝콘, 사이버트럭 상자, 후드티…경험을 파는 머스크
식당 루프탑에서는 개장 첫날 팝콘을 나르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자취를 감췄다. 직원은 “오늘은 옵티머스가 쉬는 날”이라고 답했다. 대신 고객들은 사이버트럭 모양 상자에 담긴 식사를 받고 ‘테슬라 다이너’ 로고가 찍힌 95달러(약 약 13만3950원)짜리 후드티나 175달러(약 약 24만6750원)짜리 ‘공중부양 사이버트럭’ 모형 등을 구입하는 데 몰두했다.
머스크는 같은 날 있었던 테슬라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이 식당을 “우울한 도시 풍경 속에서 반짝이는 희망의 등대”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식당 내부에서 목격된 주방은 지극히 평범했고 운영상 허점은 여전히 곳곳에 드러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화려한 사이버트럭과 네온 간판, SF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달리 실제 경험은 미완성된 시스템 속에서 줄 서는 소비자들의 인내심에 기댄 것”이라며 “이곳은 결국 레스토랑’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