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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 2023년 해양 열파, 525일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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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 2023년 해양 열파, 525일간 계속

"전 지구 해양 96% 타격, 한국 해역은 평균의 2배 속도로 가열"
국제과학계에서는 2023년 해양 열파가 지구 기후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알리는 조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국제과학계에서는 2023년 해양 열파가 지구 기후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알리는 조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올해 국제과학계에서는 2023년 해양 열파가 지구 기후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알리는 조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4(현지시각)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남방과기대학 전중 쩡(Zhenzhong Zeng) 교수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분석 결과 2023년 전 세계 해양 열파는 강도와 지속 기간, 지리적 범위 등 모든 면에서 최악을 기록했다.

이 연구는 위성 관측 자료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해양 순환 및 기후 추정 2단계(ECCO2) 프로젝트 자료를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2023년 해양 열파는 지속 기간이 평균 120일로 역사적 평균의 4배에 달했고, 전 세계 해양 표면의 96%에서 발생해 기존 평균 73.7%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북대서양에서는 2022년 중반부터 시작된 해양 열파가 525일간 지속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남서태평양 역시 공간적 범위와 지속 기간에서 이전 기록을 경신했다. 열대 동부 태평양에서는 엘니뇨 발생 시점에 온도 이상치가 1.63도에 이르렀다.

◇ 우리나라 해역,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른 온난화 진행


이러한 전 지구적 해양온난화 현상은 우리나라 해역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4월 발간한 '2025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북'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57년간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 상승률이 1.58도로 전 지구 평균 0.74도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해역별로는 동해의 수온 상승폭이 2.04도로 가장 컸고, 서해 1.44, 남해 1.27도 순이었다. 최근 관측에서는 2024년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이 18.74도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인 202318.09도보다 0.65도나 높은 수치다.

수온 상승의 원인으로는 저위도에서 따뜻한 열을 운반하는 대마난류의 강화와 동아시아 몬순의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여름철 폭염 증가로 인한 해수면 부근 성층 강화 현상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 수산업계 타격, 양식업 피해만 1430억 원


극한 해양 열파와 수온 상승이 우리나라 수산업에 미치는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49월 하순까지 지속된 고수온으로 양식 어류 약 5000만 마리가 폐사했고, 양식업 피해 규모는 1430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8605억 원 피해의 2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피해는 어종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럭의 피해가 583억 원으로 가장 컸고, 이로 인해 우럭 도매가격은 킬로그램당 16125원으로 전년 대비 41.8% 급등했다. 광어 출하량도 전년 동기 대비 38.9% 감소했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980년대 151만 톤에서 2020년대 91만 톤으로 줄어들었고, 2024년에는 84만 톤까지 감소했다. 전통 한류성 어종인 명태와 오징어는 거의 어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반면, 방어류와 전갱이류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경북 울진의 경우 최근 5년 새 난류성 어종이 90%나 증가했고, 방어 개체 수의 경우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에서 21.6%를 차지하여 1위를 기록할 만큼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방어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수온이 형성되는 기간이 5~10월에서 5~12월로 늘어났고, 회유 장소도 기존 경북에서 강원 고성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 기후위기 대응, 기후보험 도입과 적응 전략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확산되자 정부는 새로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부는 2026년부터 폭염으로 야외작업을 중단한 근로자에게 일당 최대 84800원을 지급하는 '기후보험' 시범사업을 도입한다. 이는 폭염경보 등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피해 보상이 가능한 지수형 보험으로, 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이 이상기후로 겪는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취지다.

경기도는 20254월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시행해 현재까지 78명의 도민이 혜택을 받았다. 보험은 오후 근무시간(오후 1) 이전 폭염경보가 발령돼 야외 근로 현장에서 작업중지가 이뤄진 경우 그 시간 동안 발생한 소득 상실 금액을 보상해준다.

연구진들은 2023년 해양 열파가 지구 기후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기후 티핑포인트 접근을 알리는 조기 경고 신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중 쩡 교수는 "해양이 새로운 정상 상태로 이동하면 모든 것을 통제한다""한번 파괴되면 되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해양온난화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기후변화는 우리 바다와 수산업 전반에 걸쳐 예상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과학적 이해를 높이고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다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변화는 이미 일상과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2023년 극한 해양열파가 던진 경고를 받아들여 체계적인 적응 전략과 근본적인 탄소 감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