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인공지능(AI)의 확산이 대학 졸업자 대상의 신입 공채 시장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업무를 대체하면서 마케팅·코딩·사무관리 등의 분야에서 기업들이 경험 많은 인력을 선호하거나 아예 채용 자체를 줄이는 추세여서 신입 사원 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서다.
◇ 신입 직원보다 AI 선호…“단순 업무는 기계가 더 낫다”
29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카고의 한 채용 에이전시는 고객사들이 더 이상 마케팅 보조 인력이나 리서치 직군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실업률은 상승, 경쟁은 심화
구직 플랫폼 핸드셰이크와 버닝글래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신입 채용 비중은 지난 2019년 이후 절반 이상 줄었고 2024년 기준으로는 기술 기업 전체 채용의 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입문직 공고는 15% 감소했지만 지원자는 30% 이상 늘어났다.
학사학위 소지자의 경우 22~27세 실업률이 6.6%로 전체 평균(약 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이 더 높은 역전 현상도 관측됐다.
◇ 기업, 신입 양성 대신 ‘즉시 전력’ 선호
과거에는 신입 직원을 뽑아 현장에서 교육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일정 수준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는 인력만 선별해 채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은 변화에 대응해 교육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신입 대상 온보딩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멘토링을 붙여 현장 적응을 빠르게 하거나 AI와의 협업 능력을 높이는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 AI 시대의 역량 재편…“기계가 못하는 능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AI가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만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이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판단력, 창의적 문제 해결력, 팀워크 등은 여전히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계열 전공자조차도 이제는 인간 중심의 소통 능력과 대인 관계 기술을 강화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AI와 공존하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재’가 새로운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