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런 필드가 만든 웹 협업 혁명, AI 물결 속 단단해진 ‘디자인의 심장’을 묻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상장은 지난해 어도비(Adobe)가 제시한 200억 달러(약 27조 8400억 원) 인수 제안이 유럽연합과 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로 무산된 지 약 1년 반 만에 독자 노선으로 재도약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각) 더 인포메이션이 전했다.
피그마는 지난해 7억 4900만 달러(약 1조 420억 원)의 매출을 내며 전년 대비 48% 성장했으며, 올해 1분기 매출은 2억 2800만 달러(약 3170억 원)으로 46% 증가했다. 같은 분기 순이익도 4400만 달러(약 61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총이익률은 91%에 달해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수익성을 보인다.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연간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 이상을 지불하는 대형 고객은 1031곳에 이른다.
피그마가 이처럼 견실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웹 브라우저만으로 여러 사용자가 디자인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실시간 협업’ 기능이 자리 잡고 있다. 복수 사용자 공동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제품 주도 성장(Product Led Growth, PLG)’ 모델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컨피그(Config) 2025’ 컨퍼런스에서 딜런 필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차별화된 디자인 결과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이날 피그마는 자연어 명령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피그마 메이크(Make)’를 포함해 4종의 신제품을 함께 발표했다. 다만, IPO 자료에는 AI 경쟁 심화가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일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험도 명확히 밝혔다.
어도비와의 합병 계약이 무산되면서 피그마는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의 위약금을 받았고, 이 자금을 보유 현금으로 쌓아 회사 재무 건전성을 강화했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은 4억6000만 달러(약 6400억 원), 부채는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장이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10억 달러 이상 규모 기술기업 공개 가운데 핵심 이벤트로 꼽힌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피그마가 앞으로 ▲AI 디자인 툴 스타트업과 경쟁 ▲가격 정책 다양화 ▲기업용 보안과 관리 기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월가 금융 업계는 “매출 성장률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공모가 상단을 넘어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번 상장은 피그마가 독립 경영 체제에서 경쟁력을 다지고 AI 전환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