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미국 협력부터 ‘희토류’ 중국 견제까지, 27개국 EU 공동 현안 부상

최근 미-유럽 무역 협상으로 미국이 EU 주요 수출품에 부과하려던 최고 30% 관세를 약 절반 수준으로 낮추어 대서양 횡단 관계 안정에 기여한 점을 넬리우프시에네 대사는 “이번 협상이 양측 관계에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EU는 여전히 러시아 전쟁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유럽 안보 역량 강화
넬리우프시에네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을 위협하는 실질적 문제”라며 EU가 자주국방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무기 공급 협력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EU 27개 회원국은 지난해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1,800억 달러(한화 약 251조 원) 규모의 군사·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1,750억 달러(약 244조 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 중국과의 복합 관계, 경쟁과 협력 공존
EU 지도부는 미-유럽 무역협정 발표 3일 전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희토류 원소 공급망 협력을 강화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 정제량의 90%를 차지해 EU의 안정적 공급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이중 용도 기술’을 수출한다는 EU 측 우려가 계속되었다. ‘이중 용도 기술’은 민간용이나 군사적 용도로도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넬리우프시에네 대사는 “중국이 일부 이중 용도 기술을 러시아에 판매하는 것은 전쟁을 길게 만드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 국제사회가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에 치명적 무기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는 “EU가 중국과 무역 관계를 재조정하면서도 기후 변화 같은 분야에서는 협력을 계속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전략 문서에 따라 중국은 무역 파트너이자 경쟁자, 동시에 체계적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 유럽 내 혁신과 국방 투자 확대
넬리우프시에네 대사는 “국내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만큼 혁신과 연구개발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올해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1,700억 달러(한화 약 237조 원) 이상의 차관과 회원국들이 국방비에 6,850억 달러(한화 약 955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계획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내 방위 산업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그는 “이 돈은 EU가 미국, 특히 미국 현 지도부 요청에 따라 국방 능력을 키우려는 것”이라며 “첨단 기술과 방위 생산을 늘려 유럽이 점진적으로 자주국방과 억지력을 갖추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 미-유럽 협력과 글로벌 도전
인터뷰 말미에 넬리우프시에네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중국 경제 안보 위협 등 복합 도전 앞에서 EU와 미국은 협력할 길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유럽보다 낫고 협력하려는 파트너를 찾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공동 가치를 바탕으로 협력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뉴스위크 인터뷰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단절됐던 미-유럽 관계가 무역 협정을 통해 점차 안정화하는 가운데, EU가 러시아 침공과 중국 도전에 맞서 자주국방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음을 확인한다. 또 미국과 긴밀한 국방 협력과 전략적 동맹 관계가 EU 외교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