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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실리콘밸리, 국방 산업에 본격 합류…AI 기반 무기·드론 개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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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실리콘밸리, 국방 산업에 본격 합류…AI 기반 무기·드론 개발 확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가장자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캠퍼스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가장자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캠퍼스 전경. 사진=로이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IT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무기 개발과 전쟁 참여에 대한 금기를 깨고 본격적으로 국방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메타플랫폼스, 구글, 오픈AI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기 개발에 나서며 기존의 ‘비폭력 원칙’을 폐기했다.

오픈AI는 지난 1월 자사 정책 페이지에서 ‘무기 개발 및 군사 목적 사용 금지’ 조항을 삭제했고 이후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과 함께 AI 기반 대(對)드론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메타 또한 이 회사를 파트너로 삼아 군인 훈련용 가상현실(VR) 기기를 공동 제작 중이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6월 미 육군 기지에서 열린 특별 행사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앤드루 보스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 샴 산카르 팔란티어 CTO, 케빈 와일 오픈AI 최고제품책임자(CPO), 밥 맥그루 전 오픈AI 수석 연구책임자 등 4명은 군복을 입고 미 육군 신설 기술자문 부대 ‘디태치먼트 201(Detachment 201)’의 중령 계급을 수여받고 선서했다. 이 부대는 최첨단 기술을 실전 적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다니엘 드리스콜 미 육군 장관은 “우리는 이들이 가진 기술력이 절실하며 이들이 함께 해주는 것에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 국방 산업으로 되돌아간 실리콘밸리


과거 실리콘밸리는 국방부와의 협력을 기피해왔다. 지난 2018년에는 구글 직원 4000여명이 국방부 드론 감시 AI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 참여에 반대하며 서한을 보내 회사를 압박했고, 구글은 결국 해당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인명을 해치는 기술 개발에 AI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 등에서 드론과 AI 기반 무기체계의 위력이 부각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방기술 조달 체계 현대화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내렸고 2026년도 국방 예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달러(약 1382조 원)를 책정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자율 드론 등 신기술 개발에 배정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의 자금도 이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지난해 방산 기술에 5억 달러(약 691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와이콤비네이터도 2024년 8월 방산 스타트업에 처음 투자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방산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 규모는 지난해 310억 달러(약 42조8420억 원)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 “미래 전쟁은 기술력이 좌우”…윤리 우려도 제기


AI 기반 드론과 얼굴 인식 시스템이 실제 전장에 투입되며 더는 ‘전쟁과 기술’의 결합이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게 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팔란티어는 최근 시가총액이 3750억 달러(약 518조2500억 원)를 넘어섰으며 이는 록히드마틴, 노스럽 그러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기존 방산 3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같은 변화는 정치적 성향의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우파 정치인과 방산 산업을 지지하는 벤처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실리콘밸리 내부의 문화도 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안두릴 창업자인 팔머 럭키가 있다. 그는 오큘러스 VR의 창립자로도 유명한 인물로 2017년 안두릴을 설립해 AI 무기 시스템을 개발해왔으며 지난 6월 25억 달러(약 34조5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305억 달러(약 42조141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일부에서는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글과 메타 소속 일부 엔지니어들은 “우리가 만든 AI 무기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일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대 기술사학자인 마거릿 오마라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깊이 생각할 여유 없이 방산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