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승인했지만…한화 "경영권 아닌 전략적 협력 목적"
18조 원 규모 함정 건조권 부여하며 외국기업 경영 개입엔 빗장
18조 원 규모 함정 건조권 부여하며 외국기업 경영 개입엔 빗장

오스탈은 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새 자회사 '오스탈 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Austal Defence Australia)'를 주축으로 연방 정부와 '전략적 조선 협정(SSA)'을 최종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으로 오스탈은 최대 200억 호주 달러(약 18조 원) 규모의 국방 사업을 따낼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해당 사업에는 중형 상륙정 18척과 대형 상륙정 8척 건조를 시작으로, 서호주 퍼스 남부에 있는 헨더슨 조선소에서 진행하는 호위함과 자율 무인군함 건조 등이 포함된다. 이 사업은 오스탈이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조선소에서 미 해군과 맺은 계약으로 이미 확보한 140억 호주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수주 잔고에 더해지는 물량이다.
◇ 미국선 ‘청신호’…지분 확대 나선 한화
이런 가운데 지난 3월부터 오스탈 지분 9.9%를 확보한 한화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는 지분율을 19.9%까지 높이고자 호주와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 6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한화의 지분 인수에 '국가안보상 미해결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며 최대 100% 지분 보유까지 가능하다는 허가를 내주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오스탈은 한화의 CFIUS 승인 발표를 두고 공식적인 서면 확인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화는 이번 지분 확대의 목적이 경영권 장악이 아닌 '전략적 협력과 공동 개발 강화'라고 강조하며,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를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호주 정부의 '독소조항'…경영권 방어 장치
하지만 호주 정부는 이번 협정에 일종의 '독소조항(Poison Pill)'을 넣어 한화의 지분 확대를 경계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한화와 같은 외국 기업이 오스탈 지분을 20% 넘게 사들이려 할 때, 오스탈 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나 호주 정부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적대적 인수를 막고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위산업의 주권을 지키려는 안전장치로 풀이된다. 현재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한화의 지분 확대안을 최종 결정하지 않았으며,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최종 검토 결과는 오는 9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오스탈의 패디 그레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정을 두고 "정부의 SSA 승인은 오스탈에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오스탈의 뛰어난 방산 선박 건조 기록과 호주 정부의 국방 목표 달성을 도울 수 있는 역량을 모두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SSA를 통해 호주 정부의 국방 주권 확보와 해군 함정 공급망 강화 목표 달성을 돕고, 서호주에서 가장 믿을 만한 조선사로 자리 잡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호주 왕립 해군의 100억 호주 달러(약 9조 원) 규모 새 주력 전투함대 건조 사업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따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앞으로 수십 년간 호주 해군력을 좌우할 이번 경쟁 입찰에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를 제치고 최종 사업자로 뽑혔다.
이날 오스탈 주가는 정부 발표에 힘입어 정오 기준으로 어제보다 5.76% 오른 6.79호주 달러에 거래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