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000억 달러 투자 예고도…전자제품값 15% 상승·인플레 0.3포인트 압박 전망

◇ 기업별 투자 약속과 면제 기대
애플은 이미 미국 내 반도체 연구·생산을 위해 1000억 달러(약 138조 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해 총 5000억 달러(약 691조 원)어치 투자를 확정했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도 애리조나와 텍사스 등지에 공장 신설 계획을 내놓아 관세 면제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평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생산라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 시장 반응과 우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기준 24.2%(608억 달러 중 147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1년 전보다 11.4% 늘었는데,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에 협상 타결을 하면서 반도체나 바이오 부분에 있어선 최혜국 대우를 미국이 주는 것으로 했다“며 “최혜국 세율이 15%로 정해진다고 하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으로, 앞으로 100%가 되건 200%가 되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의 주장대로라면 향후 반도체 최혜국 관세가 15%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통상당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해 한국 기업들이 받을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미국 주가는 애플과 엔비디아의 면제 기대와 국내 생산 복귀 확산 전망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단기적으로 공급망 불안이 불가피하지만, 미국 내 생산거점 강화라는 정책 목표가 실현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개된 투자 약속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알려진 프로젝트를 재표명한 수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다자 무역질서 영향 촉각
이번 조치는 앞서 인도산 원유에 50% 관세를 매긴 조처에 이은 것으로, 반도체 관세 부과 명분에는 상무부 조사가 제시됐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지 않는 외국 기업은 징벌 관세를 각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과 한국·일본 등 주요 생산국은 최근 특정 지역 수입품 관세를 15%로 제한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방식이 앞으로 다자 간 무역 규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대만 TSMC가 애리조나주에 3,000억 달러(약 41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한국 기업에도 유사한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이번 100% 관세 조치가 전자제품, 자동차, 가전 등에 포함된 반도체 가격을 평균 15%가량 끌어올릴 경우, 미국 내 소비자 물가가 단기적으로 0.3포인트 내외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앞으로 미국 내 투자 일정과 생산 계획을 다시 살피며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