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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위스 경제계, 트럼프발 관세폭탄 비상…“수출 전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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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위스 경제계, 트럼프발 관세폭탄 비상…“수출 전멸 우려”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수입품에 39%의 고율 관세를 전격 부과한 가운데 스위스 정부와 업계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이 워싱턴을 전격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지만 고율 관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위스는 미국과의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켈러-주터 대통령은 귀국 직후 긴급 회의를 주재하고 “워싱턴과의 논의를 이어갈 것이며 이미 제안을 최적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합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스위스 산업계 “사실상 미국 수출 불능”…긴급 구조조치 돌입

가이 파르멜랭 스위스 경제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계, 시계, 초콜릿, 치즈 등 미국으로 수출하는 산업 전반이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일시 해고 제도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기계·기술산업협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며 “이같은 관세 부담이 지속되면 미국 수출은 사실상 전멸하게 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경고했다.

고급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의 조르주 케른 CEO는 “미국 내 재고는 약 3개월 분량뿐이며 가격 인상과 수익률 하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기업들도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 뜨개기계를 생산하는 슈타이거 텍스틸의 피에르이브 봉뱅 CEO는 “기존에 예고된 15% 수준이면 감내 가능했지만 39%는 ‘쓰나미’”라며 “미국 시장 철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에 10명의 직원을 둔 한 스위스 정밀 절삭공구 업체는 즉각 감원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대표는 “이같은 비용은 흡수할 수도 미국 고객사에 전가할 수도 없다”며 “트럼프나 미 세관으로부터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 관세 전환점 될까…“트럼프는 금괴·농산물·부가세 문제 지적”


스위스 정부는 제약업체 로슈와 노바티스 등 자국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사실을 내세워 관세 완화를 설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CNBC와 인터뷰에서 켈러-주터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그는 친절했지만 들을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관세는 미국의 대(對)스위스 무역적자와 관련된 조치”라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스위스는 금괴 정제 무역이 전체 무역적자의 약 75%를 차지하며 미국 상품에는 대부분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스위스의 부가가치세(VAT)와 농산물 시장 개방 미흡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스위스 내부선 “EU 가입 검토” 목소리도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 일본에는 각각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대미 투자 확대와 에너지 수입 확대를 유도한 데 비해 스위스는 인구가 900만명에 불과한 소국으로 외교적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같은 관세 충격은 스위스 내부에서 EU와의 통합 논의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EU 가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며 지난 6월 스위스 정부는 EU와의 통상 협정을 일정 부분 타결지은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