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영 매체가 자국 시장에 판매되는 엔비디아의 H20 인공지능(AI) 칩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 위위안탄톈은 이 칩이 친환경적이지도, 기술적으로 앞서 있지도 않으며 보안 측면에서도 위험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제품은 소비자가 사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 CCTV 산하의 시사·국제 정세 관련 미디어 채널로 주로 위챗과 웨이보에서 운영된다.
이같은 주장은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이 지난달 31일 엔비디아를 불러 H20 칩에 백도어 등 보안 취약점이 있는지 해명을 요구한 뒤 나왔다. 백도어란 정상 인증이나 보안 절차를 우회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숨은 경로를 뜻한다.
엔비디아는 “원격 접근이나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백도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중국 측은 이 칩이 하드웨어 차원에서 ‘원격 종료’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민일보도 이달 초 사설에서 “엔비디아는 중국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보안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시장 신뢰 회복을 촉구했다.
◇ 美, 3개월 만에 H20 수출 허가
이번 논란은 미국 상무부가 H20 칩의 중국 수출을 허가하기 시작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불거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H20 판매를 금지한 지 3개월 만인 이달 9일부터 수출 라이선스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H20는 미국의 첨단 AI 칩 대중국 수출 제한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엔비디아가 설계한 중국 전용 제품이다. 성능이 최상위 모델보다 낮지만 미국의 통제 규정을 준수하도록 조정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지 조치로 엔비디아는 7월 분기부터 매출이 80억 달러(약 10조40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판매 재개를 위해 미국 정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황 CEO는 이달 6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했으며, 이 만남이 수출 허가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허가의 구체적인 범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허용된 라이선스 수와 공급 대상 중국 기업, 물량 및 가치 등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엔비디아는 판매 제한 조치로 55억 달러(약 7조15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부 부품 재활용 덕분에 실제 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줄었다고 밝혔다.
◇ 중국 시장의 중요성과 갈등 지속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 중 하나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1분기 매출의 12.5%를 중국에서 올렸다. 황 CEO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오히려 화웨이 등 중국 경쟁사의 칩 채택을 부추기는 “실패”라고 비판해왔다.
이번 사안은 수출 허가를 계기로 미·중 간 기술 협력이 일부 회복되는 듯 보이면서도, 보안과 신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 관영 매체의 공개 비판은 향후 H20 칩의 중국 내 판매와 양국 반도체 협상에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