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향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도록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헌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수출세 금지 조항 위반” 지적
이번 합의는 엔비디아의 H20 칩과 AMD의 동급 AI 칩에 적용되며 두 회사는 수출 재개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확보하게 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4~6월 회계분기 동안 H20 칩을 중국에 판매해 약 71억 달러(약 9조8700억 원)를 거둘 수 있었으나 지난 4월 내려진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로 3분의 1가량의 매출을 놓쳤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같은 물량을 팔 경우 약 11억 달러(약 1조5300억 원)를 정부에 내야 한다.
◇ 백악관 협상 과정 공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의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수출을 재개하도록 승인해줄 테니 국가에 무언가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처음에는 20%를 제시했으나 황 CEO의 설득으로 15%로 낮췄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가 AMD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확인했다. AMD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중국 수출 금지로 8억 달러(약 1조1100억 원) 규모의 재고를 상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정치·경제적 파장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실리론이 충돌해왔다.
이번 결정은 희토류 수출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미·중 간 무역 협상 과정에서 수출 규제가 일부 완화된 직후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의 자체 반도체 개발 의지를 꺾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전쟁(Chip War)’ 저자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중국은 단기적으로 GPU를 더 많이 사더라도 자급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