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외신 철강신문 등에 따르면 13일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일본제철 등 4개사의 과세 신청에 따라 한국 및 중국산 용융 아연 도금 강판에 대한 반덤핑(AD=부당 저가 판매)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인 '용융 아연도금 강대 및 강판'은 이른바 'GI'로 불리는 강철이다. 건축, 가전, 자동차 등 여러 산업에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가드레일이나 주택 건축 자재 등의 용도로 사용되지만, 산업 기계나 가전 제품용으로도 사용된다.
'GA'로 불리는 합금화 용융 아연 도금 강판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조사는 1년 이내에 종료될 예정이다.
일본제철 등의 과세 신청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산 GI 제품들은 각각 현지 정상 가격(원재료 가격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에 비해 한국산은 10~20%, 중국산은 30~40%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부당 저가 수출의 의혹이 짙다고 보고 있다.
일본 측은 이로 인해 수입량도 최근 몇 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24년 수입량은 한국산이 35만 1,615톤, 중국산이 29만 8,795톤으로, 2018년 대비 각각 2배, 2.1배 증가했다. 자국 내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 대상이 된 GI의 일본 내 수요 규모는 연간 약 150만 톤으로 추정되며, 한국과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합계 40%를 넘는다.
일본제철 등은 한국과 중국산 제품의 일본 내 판매 가격은 일본산 제품보다 현저히 낮은데 가격 인상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업 이익 감소 등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은 한국 포스코, 현대제철, KG스틸 3사와 중국 보우우강철집단, 허강집단, 안강집단, 포두강철집단, 후난강철집단, 천진시덕재냉연판업 6개사를 지정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철강연맹은 성명에서 "일본 철강업계는 이번 조사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조사 대상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불공정 수입 모니터링을 지속 강화하고, 필요시 일본 정부와 추가적인 통상 대응책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한국산 GI에 대한 AD 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자국 내 철강 수요가 계속해서 위축되는 가운데 외국산 제품에 대한 점유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철강신문은 “한국과 중국 철강 제품에 대한 AD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AD 관세 공식 발동까지 최소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 동안 수입 제품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라며 “임시 조치(가결정) 발동을 포함해 조사 기간 단축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중국과 함께 우리나라 철강 제품을 겨냥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함에 따라 국내 재압연 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의 최대 수입국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일본에 15만1577톤의 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이 판매됐다. 2위인 슬로베니아(8만1932톤) 수출 대비로도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처럼 적지 않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일본이 GI 수출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미국 시장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도 무역장벽 사태가 발생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철강신문은 “일본에서 지난달 니켈계 스테인리스 냉연 강판까지 조사 개시 건수는 0건이었다”라며 “일본 철강 연맹은 올해 1월 정부에 '수입 통상 대책 요청'을 제출했는데, 포괄적인 대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요청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식 발동까지의 기간 단축이나 우회 수출 방지 조치 신설 등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보도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