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 삼아…중국과 같은 50% 관세 위협
순항하던 '차이나 플러스 원' 제동…생산 이전 기업들 계획 전면 보류
순항하던 '차이나 플러스 원' 제동…생산 이전 기업들 계획 전면 보류

이번 조치는 러시아와 에너지 거래를 지속하는 인도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 제재이자 압박 수단으로 풀이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일부터 인도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추가 25% 관세를 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최종 관세율은 중국산 제품과 맞먹는 50%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조치에 생산기지를 인도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추진하던 기업들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 "수개월 노력 허사"…생산 이전 기업들 '날벼락'
실리콘밸리의 조리대용 요리 로봇 제조업체 '포샤(Posha)'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한 것이다. 이 회사 로힌 말호트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4~5개월간 쏟아부은 모든 노력이 갑자기 불투명해졌다"며 "지금으로서는 다른 대안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토로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내세우며 국제 기업 유치에 공들여온 인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인도 정부는 그간 기업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된 복잡한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 기반 시설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 '차이나 플러스 원' 유력 대안…애플도 인도행
이러한 노력은 일부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은 약 10년 전부터 아이폰 생산의 상당 부분을 인도로 이전했다. 기술 연구 기업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9년 전 전무했던 인도 내 아이폰 생산 비중은 2024년 약 14%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이폰을 대부분의 관세에서 면제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관세 장벽이 등장하며 미 무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극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조정될 가능성도 나오지만, 당장의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공급망 관리 기업 키낵시스(Kinaxis)의 마크 모건 사장은 현재를 "'차이나+1' 다각화 대신 어떤 선택지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차이나+대안 없음(China+None of the Above)'"이라고 진단했다.
이러자 일부 기업들은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공급망 자문 회사인 라이즈 컬렉티브 컨설턴츠의 리즈 안다르시아 공동 창업자는 "생산이 인도에 집중된 한 고객사를 위해 일부 생산 기지를 파키스탄과 튀르키예로 이전하는 작업을 전속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현지 기업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 다르와드에 위탁 생산 시설을 짓고 있는 세레니얼 테크놀로지의 르노 앙조랑 공동 소유주는 "미국 고객들이 관세율 추이를 지켜본 후 계약하겠다는 태도로 돌아섰다"며 "우리 계획에 엄청난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고객이 중국에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기 요람 제조사인 크래들와이즈(Cradlewise)의 사례는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회사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다시 인도로 이미 두 차례나 공장을 이전했다.
크래들와이즈의 라디카 파틸 최고경영자(CEO)는 원자재 공급 기반이 탄탄한 인도를 선택했으나, 이제는 관세 때문에 요람 가격을 약 200달러 인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도 높은 인건비와 부품 관세 문제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파틸 CEO는 "이것은 갑작스러운 변화였다"며 "50%라는 관세율, 그것도 하루아침에 부과된 것을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는 인도의 제조업 육성 전략과 국제 기업의 공급망 다각화 계획 모두에 큰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까지 압박하는 연쇄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