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텔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정부가 인텔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반도체 산업의 ‘미국 우선’ 전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자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퇴진 압박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도 풀이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립부 탄 CEO 해임 요구한 트럼프, 백악관 회동서 직접 논의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탄 CEO를 직접 만나 미 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 회동은 트럼프가 최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탄 CEO는 중국 기업들과의 얽힘으로 인해 매우 이해상충적인 인물”이라며 사퇴를 요구한 직후 이뤄졌다.
◇ 트럼프, 민간기업 개입 연속…인텔 “미국 제조업 강화 노력 지지”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왔다. 특히 인텔은 대만의 TSMC와 경쟁할 수 있는 미국의 유일한 반도체 기업으로 거론돼왔다.
WSJ는 “IT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거나 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 고위관료 출신인 짐 세크레토는 “이 정부는 기술 산업에 대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와 AMD에 대해 중국 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내줬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에서는 경영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확보했다.
인텔은 “미국 IT·제조업의 리더십 강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깊이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인텔, 대규모 손실에 사업모델 낙후 지적도
그러나 정부의 지분 투입이 인텔의 구조적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텔은 지난 2분기에만 29억 달러(약 3조93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식 사업모델과 제품 라인업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WSJ에 따르면 시장 분석가들은 인텔이 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진 가운데 미국 내 설비 투자 확대 여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이 단순한 재정적 지원에 그칠 경우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