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작은 도시 비터펠트가 유럽의 희토류 재활용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이 중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비터펠트는 옛 동독 지역으로 과거 갈탄광산과 화학공업으로 알려진 도시다.
최근에는 독일 기술기업 헤라우스가 2024년 5월 이곳에 ‘헤라우스 렘로이(Heraeus Remloy)’라는 희토류 자석 재활용 공장을 열었다.
이 공장은 유럽 최대 규모로 연간 600t의 희토류 분말 생산을 목표로 했고 장차 1200t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헤라우스 렘로이의 공동 대표 다비드 크리스티안 벤더는 DW와 인터뷰에서 “아직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이 놀고 있다”며 “유럽 내 재활용은 중국산 희토류 가격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유럽, 네오디뮴 전량 수입 의존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MRI 장비 등 다양한 첨단 기술에 필수적이다. 특히 네오디뮴은 ‘첨단경제의 성배’로 불리며 군사 분야에서도 정밀 유도무기, 레이더·소나, 위성통신, 잠수함 소음 저감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유럽은 네오디뮴을 포함한 희토류를 사실상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유럽연합(EU)은 중희토류의 100%, 경희토류의 85%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은 세계 자석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산업연맹(BDI)의 슈테판 슈타이니케는 “전기 모터, 로보틱스, 드론 분야는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시스템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4월 일부 희토류와 자석 수출을 제한했고 독일 일부 지역의 생산라인이 멈추는 사태가 벌어졌다.
◇ EU, ‘핵심 원자재법’ 시행…목표 달성은 난관
EU는 2024년 ‘핵심 원자재법’을 도입해 2030년까지 자체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25%를 달성하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65%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본다.
브뤼셀 전자폐기물 비영리단체 WEEE 포럼의 파스칼 르루아 사무총장은 “녹색광산이라는 건 모순”이라며 “환경오염과 파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단축재활용(short-loop recycling)’을 통해 환경 부담을 줄이고 전자폐기물 속 희토류를 회수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 내 재활용은 여전히 채산성 문제를 겪고 있다. 독일 금속제품 유통업체 트라디움의 얀 기제는 “고철 가격 상승, 유럽 내 생산 비용, 낮은 재활용 규모로 인한 규모의 경제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 재활용 확대 위한 세제 혜택 논의
독일 보수연합의 위르겐 하르트 외교정책 대변인은 DW와 인터뷰에서 “재활용 의무할당제와 세제 혜택 등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EU 차원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EU 내 전자폐기물의 절반가량은 회수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재활용률은 40% 미만에 불과하다. 이에 유럽집행위는 전자폐기물 관리 지침을 개정해 회수·처리 체계를 개선하고 시장 인센티브를 강화할 계획이다.
벤더 대표는 “자동차 산업에서라도 재활용 자석 사용을 의무화하고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며 “지금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2030년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