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공장에 1750억 투자…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혼류 생산 체제 구축
C세그먼트 해치백으로 유럽 정조준…폭스바겐·르노와 정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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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브랜드 최초의 유럽 현지 생산 순수 전기차 'EV4' 양산에 들어갔다.
21일(현지시각) 일렉트릭 카즈 리포트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8월 20일부터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EV4 생산을 시작하며 유럽 전동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도어 해치백 모델인 EV4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특별히 설계했으며, 이번 양산은 급증하는 현지 전기차 수요와 유럽연합(EU)의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핵심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V4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해 뛰어난 성능과 효율성의 균형을 자랑한다. E-GMP는 효율적인 배터리 패키징과 800V 고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한다.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춘 58.3kWh 표준형과 장거리 운행에 적합한 81.4kWh 롱레인지 두 가지 배터리 선택지를 제공하며,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으로 최대 391마일(약 63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또한 차량의 전력을 외부 기기에 공급하는 V2L(Vehicle-to-Load)과 차량과 전력망을 직접 잇는 양방향 충전 기술인 V2G(Vehicle-to-Grid) 등 최신 에너지 기술을 탑재했다. 무게를 줄여 주행 성능을 높이고자 알루미늄 보닛을 적용했으며, 총 5가지의 독창적인 외장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디자인은 기아의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를 바탕으로 대담하고 날카로운 선의 조화를 구현했다.
이번 EV4 양산 개시는 기아 유럽 사업장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마크 헤드리히 기아 유럽 사장 겸 CEO는 "EV4 생산 시작은 우리 유럽 사업장의 기술 역량과 유연성을 입증하는 거대한 이정표"라며 "8월 20일부터 슬로바키아에서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과 더불어 순수 전기차도 생산하며, 이를 통해 더욱 다양한 유럽 고객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시 포토체크 기아 슬로바키아 대변인 역시 "첨단 제조 기술과 숙련된 인력의 헌신을 결합해 EV4의 성공적인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 유럽 공략의 초석, 질리나 공장의 진화
EV4를 생산하는 질리나 공장은 기아 유럽 사업의 초석이다. 2004년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약 3700명의 인력과 600대가 넘는 첨단 로봇을 갖추고 있으며, 해마다 차량 35만 대와 엔진 54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기아는 EV4 생산을 위해 총 1억 800만 유로(약 1750억 원)를 투자해 생산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전기차 배터리 전용 운반 장치를 설치하는 등 생산 설비를 현대화했다.
특히 이 공장은 이미 2024년 기준 총생산량의 25%를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할 만큼 전동화 차량 생산 경험이 풍부해, 이번 EV4 추가로 내연기관-하이브리드-순수 전기차를 아우르는 혼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질리나 공장은 스포티지와 유럽 전략형 크로스오버 모델인 엑씨드 등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공장 설립 이후 누적 생산량은 500만 대를 돌파했으며, 이곳에서 생산한 차량은 전 세계 83개국으로 수출하며 기아 전체 글로벌 생산량의 약 11%를 차지한다.
기아는 질리나 공장에 지속가능성 경영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전력 소비량은 11%, 물 사용량은 28%,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를 줄였으며, 현재 공장 운영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2025년 말까지는 태양광 발전소를 새로 지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5%를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 현지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유럽 강자들과 정면 대결
EV4의 현지 생산은 관세와 물류비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EU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발판이 된다. 기아는 EV6, EV9에 이어 C세그먼트 전기 해치백 시장에 진출해 폭스바겐 ID.3, 르노 메간 E-Tech 등 유럽의 강력한 경쟁 모델들과 직접 맞붙을 전망이다.
한편, 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하는 5도어 해치백 모델과는 따로, 세단형 모델인 'EV4 패스트백'은 국내 오토랜드 광명 EVO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