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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로보어드바이저로 30만 금융자문사 일자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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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로보어드바이저로 30만 금융자문사 일자리 사라진다”

“완전자동화 추진하는 美 스타트업 2억7000만 달러 운용”
Range社 CEO "5~10년 내 핀테크 혁명 불가피"…연 367만 원 고정수수료로 자산관리 업계 충격
AI 혁신으로 30만 명 정도의 금융자문사 직원들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AI 혁신으로 30만 명 정도의 금융자문사 직원들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GPT4o
AI(인공지능)로 금융자문을 완전히 자동화하겠다는 미국 스타트업이 등장해 전통 금융자문 업계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0(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자산관리 스타트업 레인지(Range)의 파하드 하산(Fahad Hassan) 최고경영자(CEO)"부유한 고령층을 상대하지 않는 이상 금융자문사들은 5~10년 내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AI 혁신으로 30만 금융자문사 일자리 위협


현재 미국에는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인 금융자문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설립된 레인지는 이들 역할을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산 CEO"웰스테크 분야를 개척하는 많은 회사들이 AI를 제한해서만 활용하고 사람이 마지막 단계를 완성하도록 하고 있다""내가 이런 자문사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AI가 정말 뛰어나다면 사람이 할 일은 무엇이 남아있는가?"라고 말했다.

레인지는 18개월 전부터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약 400명 고객으로부터 약 27000만 달러(3700억 원)를 맡아 관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약 2000명 고객이 65억 달러(9조 원) 규모 자산으로 레인지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금융당국 신고서류는 기록하고 있다.

레인지는 현재 18명 사람 자문사가 기존 대화형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구축한 AI 도구를 활용해 업무 흐름을 빠르게 하며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산 CEO"아직 초기 단계"라면서도 1년 내에 고객 대면 AI 자문사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기존 수수료 구조 파괴하는 고정요금제


레인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전통 자산 비례 수수료 체계를 버리고 고정 수수료제를 도입한 것이다. 가장 저렴한 옵션은 연간 2655달러(367만 원), 사람 자문사 상담과 예산·부채 관리, 은퇴 계획, 유산 계획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더 비싼 단계에서는 세무 신고와 대체투자 계획까지 포함한다.

하산 CEO"수수료가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갈 확률은 100만 퍼센트"라고 장담했다.

레인지 금융자문사인 샘 스웬슨(Sam Swenson)은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웰스파고와 자신의 독립투자자문사(RIA)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이전 직장들과 비교할 때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가 최소한 2배는 빠르다"고 말했다.

스웬슨은 자신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고용주 계획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내 목표는 소프트웨어가 가능한 한 빠르게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레인지가 금융자문 자동화에 성공하면 현재 18명 자문사는 제품 관리자와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AI 혁명에 동참하거나 아니면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 과거 실패한 로보어드바이저와 차별화


레인지의 도전은 과거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실패를 교훈삼아 시작됐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지난해 자사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중단했고, 베터먼트(Betterment) 같은 초기 개척자들도 현재 고객들이 사람 자문사를 이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공한다.

하산 CEO"레인지 AI 모델은 로보어드바이저보다 더 맞춤화가 가능하다""교육 계획, 은퇴 자문, 보험 최적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 자산관리 관행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좋은 자문을 제공하는 데 필수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사람 자문사들은 시장 혼란 시기에 고객들이 투자전략을 유지하도록 돕고, 고객 스트레스를 줄이며, 이혼 같은 중요하고 종종 괴로운 인생 사건을 헤쳐나가도록 돕는다. 이런 역할들은 쉽게 자동화할 수 없다.

웰스파이어 어드바이저스(Wealthspire Advisors)의 에릭 손택(Eric Sontag) 사장은 "AI가 자문업계 여러 측면을 바꿀 것이지만 EQ(감성지능)와 자문사의 대인관계 측면의 중요성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산 CEO는 자산관리 업계가 세대 변화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이 많고 부유한 개인들은 여전히 사람 자문사에 의존한다. 그러나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자문에 더 익숙하고 대면 미팅에 대한 관심도 적다고 그는 믿는다.

젊은 사람들은 이미 AI를 신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하산 CEO는 지적한다. 그들이 의학 자문을 위해 챗GPT에 물어보거나 자율주행차에 몸을 맡길 때마다 말 그대로 목숨을 기계 손에 맡기고 있다. 목숨과 몸을 거는 것과 비교하면 돈을 투자하는 것은 그리 큰 도약이 아닌 것 같다고 하산 CEO는 말했다. 그는 "시장이 날마다 AI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하산 CEO가 옳다면 전통 자문사들이 부과하는 높은 수수료를 경계하는 젊은 고객들은 곧 사람 조언을 포기하고 기계를 신뢰하려 할 것이다. 새로운 AI 기반 세상에서 승자는 자동화를 통해 가능한 한 가격을 바닥에 가깝게 낮출 수 있는 회사들이 될 것이다. 하산 CEO"그게 우리가 하려는 일이다. 완전 자동화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시장 최저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인지의 야심 찬 비전은 많은 고객을 끌어들였다. 2021년 설립 이후 2차례 투자를 통해 4000만 달러(553억 원)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벤처캐피털 회사들과 유명 실리콘밸리 창업자들, 그리고 AI 중심 회사를 전문으로 하는 구글의 그래디언트 벤처스(Gradient Ventures) 펀드가 투자에 참여했다.

이런 투자자들은 세상의 부유한 사람들이 결국 많은 투자자들이 사람 브로커에서 자기주도 거래로 옮겨간 것처럼 AI 모델 손에 수백만 달러를 맡기려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산 CEO"1995년에 주식을 거래하려면 브로커에게 전화해야 했다. 당신이 신뢰하는 면허받고 자격증 있는 전문가에게 돈을 옮겨달라고 말이다. 이제 주식 브로커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레인지는 금융자문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한다.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짧은 동영상 플랫폼에 배포되는 레인지 동영상 광고 대부분이 AI가 생성한 딥페이크 배우들이 출연한다. 하산 CEO"인터넷에서 레인지 광고를 본다면 그건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AI. 그 배우들은 더는 우리를 위해 연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고가 효과를 보는 것 같다. 하산 CEO는 레인지 매출이 연간 300%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광고 속 배우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도 레인지 자문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장 전망도 레인지에게 유리하다.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올해 87억 달러(12조 원)에서 오는 20372700억 달러(373조 원)까지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에서도 20181조 원이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올해 3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KEB하나은행이 예측한 바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