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상거래 1조 7000억 원 수출 타격…관세 인상에 소비자 부담 커져

◇ 유럽·아시아 주요국 우편서비스 미국행 소포 접수 중단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행정명령에 따라 800달러(약 110만 원) 이하 소액 국제 소포에 부여하던 간소 통관 면세 혜택을 전면 폐지했다. 이에 프랑스 국영 우체국 라포스트는 8월 25일부터 미국행 일반 우편물 접수를 중단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만 유지한다고 밝혔다. 독일, 벨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국가 우체국도 미국행 소포 접수를 멈췄다.
북유럽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같은 조치를 내렸고, 아시아에서는 태국우정공사가 8월 22일부터, 싱가포르 우정공사(SingPost)는 8월 25일부터 미국행 표준 소포 접수를 중단했다. 한국우정사업본부도 8월 26일부터 미국행 항공 소포와 일부 특급우편(EMS) 접수를 멈추지만, 민간 택배와 연계한 프리미엄 서비스는 계속 열어 놨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한국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 전자상거래 해외 매출이 약 1조 7000억 원이고, 그중 미국 시장이 20%로 두 번째로 크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도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인 만큼 이번 미국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센터 허웨이원 선임연구원은 23일 글로벌타임스에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특정 시장과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는데, 미국 관세 정책 변화로 공급망 조정이 늦어지면서 운송 차질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개인 사업자가 많이 다루는 저마진 상품은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공급 부족과 물가 상승 우려”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저우미 선임연구원은 “관세는 무역비용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재고, 유통 가격까지 모두 높인다”며 “무역량 감소로 운송업체가 미국 노선을 줄일 경우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중소기업들도 관세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9년 된 미시간 주 가구업체 하워드 밀러가 핵심 부품 조달 어려움과 관세 부담으로 2026년에 사업을 접는다고 보도했다. 최고경영자 하워드 J. 밀러는 “관세로 부품 가격이 오르고 협력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관세 영향을 크게 받은 가구, 장난감, 가전제품 등 주요 품목 가격이 올랐다. 허 연구원은 “관세 부담은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이번 미국 면세 폐지는 단순한 세금 정책 변경이 아닌 글로벌 물류와 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내외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