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상선 5척 '생산절벽' 미국, 동맹국 생산·기술력에 의존 심화
한국·일본은 '생산기지', 이스라엘은 AI·레이저 등 '첨단기술' 공급
한국·일본은 '생산기지', 이스라엘은 AI·레이저 등 '첨단기술' 공급

오늘날 미국의 조선업 현실은 충격적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아메리칸 다이내미즘 서밋'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이틀에 세 척의 리버티선을 생산했지만, 오늘날에는 해마다 상선 5척 건조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조선 생산량의 1%에도 밑도는 미미한 수치다.
선박은 물류·에너지 운송·군사력 투사의 필수 기반 시설이자, 국경 방어의 핵심 자산이다. 미국의 자체 건조 능력 부족은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국가 취약점으로 드러났다.
◇ 韓·日의 '산업 역량'과 中의 '위험 요소'
미국의 대안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단연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조선 강국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이다. 한화, 현대,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유조선과 화물선은 물론, 첨단 군함, 친환경 LNG·암모니아 추진선까지 건조할 역량을 갖췄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이끌며, 국제 환경 규제에 맞춰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마바리,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을 앞세워 세계 3대 조선 강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전통의 정밀 공정과 첨단 기계·환경기술을 융합하는 데 강점을 보이며, 다양한 제품군의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이런 역량은 전 세계 조선업을 지배하며 전략 우위를 노리는 중국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의 재정 불안정과 공급망 위험 때문에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 이스라엘 '딥테크', 조선업 패러다임 바꾼다
이스라엘은 건조량만으로는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해양 기술 혁신을 이끄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 조선소는 실전에서 성능이 입증된 사르 6급 초계함과 샬다그 고속정 등 우수한 군함을 생산한다.
나아가 이스라엘의 딥테크는 조선업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을 해결한다. 아워크라우드의 투자기업인 시반 레이저는 차세대 레이저 용접 기술로 가장 노동집약적인 공정을 혁신한다. 이 기술은 생산 속도와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고령화하는 현장 인력의 부담을 줄여주어 한·미·일 모두에게 필요하다.
특히 해양 인공지능(AI)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상선 충돌 방지 기술을 개발한 '오르카 AI', 해운 위험 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윈드워드', 선박 사이버 공격을 막는 '사이돔' 등은 세계적으로도 경쟁자가 거의 없는 첨단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의 기술력은 한·일·미 해양 산업과 연계해 선박 생산 공정 혁신, 해양 제조 자동화, 스마트・안전 선박 개발을 앞당길 잠재력을 지닌다. 선박을 직접 대량 건조하지는 않지만, 더 똑똑하고 안전하며 빠른 선박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셈이다.
한국 역시 거대한 조선 기반 시설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해양 기술 새싹기업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한인 스타트업 '아모지'는 암모니아 기반의 무탄소 선박 연료를 개발 중이며, '사이투르'는 한화오션과 라쿠텐에 군사 등급의 사이버 보안 기술을 공급한다. 또 '씨밴티지'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과 각종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해양 AI 물류 체계를 제공한다. 이들 스타트업은 친환경, 스마트, 안전 분야에서 세계 차세대 선박 기술 개발을 이끈다.
미국이 해상 전략 우위를 되찾기 위한 길은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앞으로 친환경·스마트 선박, 첨단 함대, 사이버 보안 기반 해양 시설 구축에 집중하려면 산업 생산 능력은 한국과 일본에, 기술 혁신의 독창성은 이스라엘에 의지하는 새로운 협력 체계가 절실하다.
패권 경쟁이 다시 불붙은 세계 해양 산업에서 산업력과 혁신 기술을 동시에 키우는 나라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