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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마이크로소프트·구글, '가자 사태' 항의 직원 해고…내부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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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마이크로소프트·구글, '가자 사태' 항의 직원 해고…내부 갈등 확산

이스라엘 군사 계약 반대 시위 격화…MS, 사무실 점거 주도 직원 해고
"기술의 전쟁 동원" 비판에 경영진은 "사내 정치 금지"로 맞서…검열 논란도
2024년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위치한 구글 사무실 근처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든 반대 시위자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위치한 구글 사무실 근처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든 반대 시위자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가자지구 전쟁의 여파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기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에서 이스라엘 군사 계약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저항이 경영진과의 정면 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MS 직원들이 최고 경영진의 사무실을 점거하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걸자 회사가 해고로 맞서면서, 지난해 구글의 대규모 해고 사태에 이은 이번 조치는 기술 기업 내부의 행동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음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MS, 사무실 점거 시위에 '해고' 강경 대응

사건은 'No Azure for Apartheid'라는 이름의 직원 및 활동가 그룹이 MS 본사에서 시위를 벌이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들은 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가 이스라엘의 감시 활동에 쓰인다며 군사 협력 중단을 요구했고, 수십 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에 회사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경찰이 출동해 시위대 7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2명은 현직 직원으로 밝혀졌다. MS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주 사무실을 습격한 그룹에 속한 직원 2명을 해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미스 사장은 시위대의 행동을 "비정상적인 직원 행위"라고 규정하고 주동자들에 대한 조사와 함께 건물 보안 규약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도움을 요청해 시위 관련 이메일을 감시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전직 MS 직원 압도 모하메드는 "지난해 직원들이 이스라엘 사업에 관해 질문할 때마다 콘텐츠 중재자들이 개입해 우려를 묵살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며 "회사가 소통을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의 핵심 주장은 MS와 구글의 클라우드·AI 기술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이용돼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연루됐으며, 이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체제)"와 대량 학살을 방조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반면 MS 측은 "콘텐츠가 회사 정책을 위반할 때 조치하는 것은 당연하며, 논란이 될 만한 대화를 위해 지정된 토론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포용적이고 안전한 디지털 업무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는 원론적 태도를 보였다.

◇ 구글서도 '이스라엘 계약' 갈등…'대량 학살' 표현 검열 논란

MS 사태에 앞서 구글에서는 이미 수차례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구글 직원들은 2018년 미 국방부와의 인공지능(AI) 드론 표적 식별 기술 개발 협력을 무산시키는 등 사내 행동주의의 역사가 깊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정부와 맺은 12억 달러(약 1조 6600억 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이 갈등을 불렀다. 구글은 2024년, 이 계약에 항의하며 연좌 농성을 벌인 직원 28명을 해고한 데 이어 며칠 뒤 20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당시 구글은 "해고된 직원들이 업무 공간을 방해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줬다"고 해고 사유를 설명했다.

특히 내부 소통 채널에서 '대량 학살(genocide)'이라는 단어 사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WSJ이 확인한 내부 메시지 스크린샷에 따르면, 직원들이 가자지구 상황을 '대량 학살'로 지칭할 때 대화 스레드가 잠기거나 삭제되는 일이 반복됐다.

갈등은 회사 최고위층으로까지 번졌다. 지난달 한 직원이 내부 채팅방에서 "우리가 모든 시간과 돈을 제미나이(구글의 AI 모델)에 쏟아붓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대량 학살에 더 유용한 무언가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비꼬자,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직접 나섰다.

브린은 "송구스럽지만, '대량 학살'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실제 대량 학살을 겪은 많은 사람에게 매우 모욕적"이라며 "유엔과 같이 명백히 반유대주의적인 조직을 인용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날카롭게 경고했다.

현재 가자지구 전쟁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됐으며, 이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가자지구에서는 6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현지 보건부는 밝혔다. 기업 윤리와 미국의 중동 정책, 인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장려해 온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