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W, 전기차 시대 영향력 확보 '중대 분수령'…확장 전략 시험대 올라
근로자 찬반 팽팽…'공장 생존' 우려 속 '뚜렷한 임금 격차'가 쟁점
근로자 찬반 팽팽…'공장 생존' 우려 속 '뚜렷한 임금 격차'가 쟁점

미국 연방 기관인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켄터키주 글렌데일 블루오벌SK 공장의 전일제 생산직과 정비직 등 현장 근로자 1249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노조 설립 찬성 526표, 반대 515표가 나왔다고 밝혔다. 결과의 향방을 쥔 41표는 투표자 자격 문제로 이의가 제기됐고, NLRB가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UAW는 이의제기 표가 무효라며 즉각 승리를 선언했지만, 블루오벌SK 측은 "자격 있는 모든 표를 개표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번 투표는 숀 페인 위원장이 이끄는 UAW의 세력 확장 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 UAW는 GM의 얼티엄 셀즈, 스텔란티스의 스타플러스 에너지 등 다른 배터리 공장에서는 노조 설립 발판을 마련했지만, 포드와는 따로 합의하지 못했다. 2023년 대규모 파업 이후 확장 국면에 나섰으나, 최근 그 추진력이 주춤하다. 독일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 조직화에는 성공했지만, 앨라배마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는 노조 설립에 실패했고 토요타, 현대, 테슬라 등 다른 목표 기업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투표는 UAW의 확장 동력이 여전한지를 보여줄 시험대다.
공장 내부에서는 노조 설립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특히 최근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약해지면서 공장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반대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정비 기술자인 로드니 페이지 주니어(44)는 "생산직은 시간당 30달러, 정비직은 50달러 가까이 요구한다면 공장이 문을 닫아 모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노조를 지지한 생산직 근로자 빌 윌모스는 회사가 강조하는 '경영진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때로는 그 말이 '그냥 조용히 하고 시키는 대로 해'라고 말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며 노조를 통해 실질적인 발언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루오벌SK는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마이클 애덤스 블루오벌SK 최고경영자는 투표 전 "여러분의 목소리를 UAW에 넘겨주지 말라"고 직접 호소했으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을 통해 '노조가 당신의 목소리를 빼앗아간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노조에 비판적인 광고를 하는 데 약 8만 2500달러를 썼다.
◇ 시급 7달러, 이익분배금 4500달러…노조 유무에 따른 뚜렷한 격차
노조 설립 찬반 배경에는 뚜렷한 임금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켄터키 블루오벌SK 공장 근로자의 시작 시급은 21달러(3개월 후 23.50달러)지만, UAW가 있는 GM의 얼티엄 셀즈 공장 생산직은 시간당 약 28달러에서 시작한다. 또한, 2024년 기준 GM의 UAW 소속 직원들은 본사와 연동해 이익 분배금을 받아 평균 1만 4500달러를 받았다. 반면 포드 조립공장 직원들은 평균 1만 달러 수준의 이익을 나눠 받았다.
이번 투표는 포드의 전기차 전략과 UAW의 미래뿐 아니라, 합작 파트너인 SK온에도 의미가 크다.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한 미국 내 대규모 사업장에서 노사 관계의 방향을 정하는 첫 주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