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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트럼프, 안보 명분 관세 확대..."철강·알루미늄 50% 관세를 400개 품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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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트럼프, 안보 명분 관세 확대..."철강·알루미늄 50% 관세를 400개 품목으로"

반도체·항공기·의약품까지 관세 대상 확대 예고...한국에는 15% 관세 시행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관세 부과 범위를 400개 품목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관세 부과 범위를 400개 품목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400여개 완제품에 50% 부과하고 반도체, 상용항공기, 의약품 등으로 관세 대상을 추가 확대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7일 한국을 포함한 14개국 정상에게 상호관세 부과 서한을 발송해 8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으나, 이후 협상을 통해 15%로 인하해 지난 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400개 완제품에 50% 관세 확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 철강과 알루미늄이 포함된 400여개 완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고 WSJ가 전했다. 건설장비, 농업장비, 공장 로봇, 금속가공기계, 자동차 부품 등 복잡한 부품들이 관세 대상에 포함되었다.

미시간주립대학교 공급망 관리학과 제이슨 밀러 교수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 수입 완제품 총 가치는 3000억 달러(417조 원)를 넘어섰다. 밀러 교수는 "범위가 매우 넓다""계속해서 더 많은 제품이 추가되고 있어 철강과 알루미늄이 높은 비율로 포함된 부품을 수입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반도체, 대형 트럭, 의약품 원료, 가공된 핵심 광물, 상용항공기 부품 등 분야에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는 이미 목재 관세를 수입 가구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는 관세 범위를 다수의 일상 소비재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행정부는 앞으로 연 3회 기업들이 추가 제품의 관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포함 절차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 신청은 오는 9월 시작되며, 내년 1월에도 또 다른 신청 기회가 제공된다. 상무부는 또한 9월 중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부품 관세 포함 절차를 검토하고 있으며, 10월 말까지 구리 관세 포함 절차도 시작할 예정이다.

새로운 관세가 로봇 장비의 금속에 부과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공장 자동화를 위해 로봇을 도입하는 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로봇 시장은 대부분 일본, 한국, 중국, 독일의 로봇 회사들이 공급하는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에서 제조업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기업들에게는 노동비 절감을 위한 자동화가 중요한 유인이었다.

미시간에 본부를 둔 로봇 업계 단체인 '자동화 발전 협회'의 제프 번스타인 회장은 "비용이 올라가면 기업들이 더 많은 제조업을 미국으로 돌려놓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지금 관세는 로봇 산업과 미국 제조업 전반에 부정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법원 패소 대비해 ‘Section 232’ 활용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 관세 확대에 나서는 배경에는 법정 소송에서의 위험 회피가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트럼프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는 대통령 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새로운 해석으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을 경우 기업들에 관세를 환급해야 할 위험이 있다.

반면 이번에 활용하는 1962년 통상확대법 232조는 법률상 더 안전한 근거를 제공한다. 도시앤휘트니 로펌의 국가안보 전문 어거스틴 로 변호사는 "232조는 검증된 방법"이라며 "역사상 법원들은 대통령이 조사를 실시하고 구제 조치를 부과하는 데 상당히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해왔다"고 말했다.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상호관세에 대한 변론을 진행했으며, 패소하는 쪽은 즉시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오는 6월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행정부는 법원에서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232조 관세 범위를 확대해 이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행정부 계획을 아는 관계자들이 전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와 함께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해왔다. 상호관세는 트럼프가 지난 4월 발표한 것으로 사실상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몇 달간 협상을 촉발했다. 트럼프 팀은 이러한 협상을 상호관세에만 집중시키려 노력해왔으며, 부문별 관세는 안보상 필수 요소라는 이유로 협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럽연합, 일본, 한국 같은 주요 경제국들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국가안보 관세 중 많은 부분을 15%로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특히 자동차 같은 전략 부문에서 외국 정부가 미국 제품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것 같은 조건이다.

◇ 미국 제조업체 비용 부담 급증, 일부 대기업에는 완화 검토


국가안보 관세는 대상 산업에 상호관세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철강·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은 저가 수입 금속에 대한 관세를 열렬히 지지하며 트럼프가 수입 완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도록 독려해왔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 전력 변압기와 부품에 대한 관세를 수년간 추진해왔다. 이 회사는 변압기 코어에 사용되는 특수 전기강을 생산한다. 최신 관세는 수입 변압기의 강철과 클리프스가 생산하는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자동차 배기 부품도 대상에 포함했다. 클리프스의 루렌코 곤칼베스 최고경영자는 이달 초 이 관세가 "미국 국내 시장이 파생 제품에 포함된 불공정 거래 강철에 의해 잠식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업체, 부품 공급업체, 다른 공장 운영업체들을 포함한 많은 미국 제조업체들은 관세 때문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으며, 관세가 국내외 원자재 및 부품 가격을 모두 상승시켰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광업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는 지난 28일 올해 관세 비용이 18억 달러(25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15억 달러(2조 원)보다 3억 달러(5000억 원) 증가한 것이다. 캐터필러는 관세 확대에 따라 비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캐터필러는 지난 10년간 미국 공장에서의 생산을 늘렸으며 2016년 이후 미국산 기계 수출을 75% 증가시켰다고 덧붙였다.

포드는 지난 7월 관세 때문에 올해 20억 달러(27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과 다른 회사들은 특정 제품 면제나 기존 관세 환급 확대를 통한 구제를 신청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관세 완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정책 논의를 아는 관계자들이 전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한국, 일본에 15%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도 현지 생산 후 미국 수출이 여전히 수익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일부 트럼프의 철강, 알루미늄, 부품 관세 때문에 미국 내 투입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행정부가 검토하는 완화 방안에는 포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 같은 자동차 조립업체에 대한 기존 관세 환급 확대나 일정 수량의 부품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입할 수 있는 쿼터 같은 것이 포함된다. 트럼프는 또 미국에 새로운 국내 생산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와의 지난달 회동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미국 내 운영을 하는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특정 관세 면제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또한 의약품 관세를 낮은 수준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올리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에 제조업을 이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네덜란드 변압기 제조업체 SGB-SMIT 그룹의 미국 영업 부사장 켄 페도르는 미국이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와 전력 회사의 급증하는 변압기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전기강이나 변압기를 생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형 변압기 생산을 확대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페도르는 "그냥 늘릴 수 없다. 고도로 숙련된 과정이다. 모든 것이 맞춤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SGB-SMIT이 네덜란드에서 제작해 대부분 미국 전력 회사에 판매하는 대형 수입 변압기 비용을 최대 30%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쿠시 데사이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활용해 미국을 다시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겠다고 공약했으며, 행정부는 미국 국민을 위해 모든 행정 권한을 활용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2024년 기준 대미 무역흑자가 660억 달러(918000억 원)를 기록해 일본(690억 달러)과 함께 미국의 주요 관세 부과 대상국이 되었다. 트럼프는 당초 한국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통보했으나 협상을 통해 15%로 인하해 8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한 구리에 5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구리는 반도체, 항공기, 선반, 탄약, 데이터센터, 리튬이온 배터리, 각종 무기 시스템 등에 필수 소재다. 의약품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지만 1년 후 150%, 이후 250%로 차례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