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3억 6000만 건 소포 전면 관세 부과 및 세관 심사 적용
“소비자 비용 18조 원 늘어날 것” 예일대 교수 연구 결과 발표
“소비자 비용 18조 원 늘어날 것” 예일대 교수 연구 결과 발표

◇ ‘최소 면세 기준’ 폐지 이유와 주요 내용
미국은 1938년부터 수입 물품 중 일정 가치 이하인 소규모 소포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최소 면세 기준’ 제도를 운영해왔다. 특히 2016년에 최소 면제 기준을 800달러로 올린 뒤, 중국 할인 직구 기업인 테무와 쉐인 등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 들어온 면제 대상 소포는 13억 6000만 건, 총 640억 달러(약 88조 9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없앴고, 이번 8월 29일부터는 모든 국가에 대해 관련 조치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800달러 미만 물품이라도 관세율에 따라 10~50%까지 관세가 붙으며, 관세율이 16% 미만인 국가는 품목당 최소 80달러(약 11만 원), 25% 이상 국가는 최대 200달러(약 27만 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또한, 이번 정책은 미국 정부가 합성 오피오이드라는 위험한 마약류가 밀수되는 것을 막으려는 뜻도 담고 있다. 합성 오피오이드는 매우 위험한 마약인데, 예전에는 이런 물건들이 관세 면제된 소포에 섞여서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 관세 면제를 없애 세관 검사를 더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영향 확대
예일대 경제학자 아밋 칸델왈과 파블로 파이겔바움이 2024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인한 소비자 부담액은 약 130억 달러(약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두 교수는 “저소득층 지역 우편번호에서는 구매품의 73%가 최소 면세 기준 면제 대상이었고, 고소득층은 50%에 불과했다”며 “저소득층이 사소한 물품 배송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이들 물품 대부분이 중국산인 점을 고려하면 부담 증가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게리 허프바우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전체 미국 수입 규모 3조 달러(약 4160조 원)와 비교할 때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소규모 경제 단위에서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내 다국적 기업들은 무역 관련 전문가팀을 운영해 이런 변화를 잘 관리하지만,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은 관세 부담과 복잡해진 통관 절차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허프바우어 연구원은 “면제 한도가 800달러였던 점은 중소기업과 가난한 가정에 도움이 되는 몇 안 되는 관세 혜택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 물류 체증과 배송 비용 상승 우려
면세 종료로 세관 심사 물량이 크게 늘면서 물류 네트워크가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항만과 세관 업무가 과부하인데다, 소포 한 건 한 건을 검사해야 해 연말 쇼핑철을 앞두고 배송 지연, 항만 혼잡,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화물 운송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문을 묶어 한꺼번에 창고에 보관하며 한 번의 서류 작업으로 미국에 들여오는 방식을 모색하지만, 창고 공간 부족으로 임대료가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 회사 블루 욘더 글로벌 산업 전략 담당 부사장은 “성수기에 이미 물류망이 포화 상태인 터라, 저가 화물에 대한 새 통관 절차는 부담을 더 키운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행 소포 발송을 잠정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중소기업 일부는 미국 수출을 멈추기도 했다. 당장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이번 최소 면세 기준 폐지는 13억 건 이상의 저가 물품이 관세와 검사를 받게 하며 미국 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앞으로 미국의 소비자 환경과 글로벌 공급망에는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