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00만 건 면세 혜택 실종…품목당 최대 200달러 관세
DHL·UPS·페덱스 등 제외 국제 우편망 대부분 '중단'
DHL·UPS·페덱스 등 제외 국제 우편망 대부분 '중단'

◇ '800달러의 낭만' 끝…새 관세 장벽 세운 미국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800달러 미만 제품을 관세 없이 살 수 있는 '최소 관세 면제(de minimis exemption)' 덕분에 저렴한 온라인 쇼핑을 즐겨왔다. 이는 국경 없는 소비를 촉진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특히 재정적으로 안정감이 낮은 젊은 세대에게는 자동차나 주택 대신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 일본산 말차, 유럽산 통조림 생선과 같은 소소한 사치를 통해 만족을 얻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지난 7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7%가 최소 주 1회 자신을 위한 '작은 선물'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부터 정부가 검토해 온 이번 조치를 전면 시행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하루 평균 400만 건씩 처리하던 면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정부는 새로운 관세 기준을 적용한다. 원산지 국가의 관세율이 16% 미만이면 품목당 약 80달러, 16~25% 국가는 약 160달러, 25%를 넘는 국가는 약 200달러의 관세를 부과한다. 늘어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물류 현장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일본, 호주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우편·택배 기업과 유럽의 포스트유럽(PostEurop) 등은 물류 절차의 불확실성 탓에 미국행 소포 발송을 잠정 중단했다.
K-뷰티의 대표 주자인 올리브영은 지난달 27일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주문에 한국산 제품 관세율인 15%를 부과한다고 공지했다. 일본 말차 유통업체 에메리(Emeri)와 마루큐 코야마엔(Marukyu Koyamaen)은 아예 미국 배송을 무기한 중단했다. 캐나다 기업 에메리 측은 "비용과 절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명확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배송을 중단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조치가 특히 신규 관세 체계 대응이 어려운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고 밝혔다.
다만 관세 자동 처리 시스템을 갖춘 DHL 익스프레스, UPS, 페덱스 등 일부 국제 특송 기업은 제한된 범위에서 배송을 계속하고 있다. 물류 회사 십몽크(ShipMonk)의 데빈 나이트 운송 부문 부사장은 "배송 중인 소포가 있다면 운송업체를 확인해야 한다"며, "만약 배송일이 8월 29일 이후라면 신속한 취소와 환불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용을 치르고 반품되거나 아예 폐기되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배송 서비스가 재개되더라도 과거처럼 저렴하고 효율적인 온라인 쇼핑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물류 회사 지오디스(GEODIS)의 에린 윌리엄슨 미국 관세 중개 부문 부사장은 "업계는 이미 지난 2월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은 물론, 강화된 통관 절차로 길어진 배송 시간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만 DHL 익스프레스 등 일부 업체는 100달러 미만의 소액 선물 배송은 예외로 처리하고 있어 한숨 돌릴 틈은 남겨두었다. 윌리엄슨 부사장은 "누구나 닷새 안에 소포를 받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이제 그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값싸고 빠른 직구'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