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첨단무기 대거 공개하며 군사굴기 과시…푸틴·김정은과 연대
화려한 열병식 이면의 그늘…'블록화 시대' 진입 속 내부과제 산적
화려한 열병식 이면의 그늘…'블록화 시대' 진입 속 내부과제 산적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시 주석은 회색 마오쩌둥 스타일의 인민복을 입고 "세계는 다시 한번 평화냐 전쟁이냐, 대화냐 대결이냐의 기로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인민은 거대한 국가적 희생으로 인류 문명을 구하고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데 중대한 공헌을 했다"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연설에서 대만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 수호'를 군의 핵심 임무로 강조하며 사실상 대만을 겨냥했다. 퍼레이드에는 1만 명이 넘는 병력과 함께 신형 극초음속 핵 탑재 가능 미사일, 육해공 무인 드론, 전략 미사일 부대, 사이버 공간 전투부대 등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해 군사 굴기(軍事崛起)를 과시했다. 열병식 조직을 담당한 우 Zeke 소장은 행사 전 브리핑에서 "우리 군의 강력한 전략적 억제 능력을 보여주고 미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 '3각 연대'와 '전략적 균형'…엇갈린 외교 지형
시 주석의 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시 주석과 중국 인민의 위대하고 영원한 기념일을 기원한다"는 축하 메시지를 전한 뒤, "당신들이 미합중국에 맞서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비꼬았다. 그는 중국의 자유를 확보하는 데 미국이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촉구하며 날을 세웠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반중 노선을 분명히 하려는 수사적 성격이 짙지만, 미중 관계의 긴장에 기름을 부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국제 외교 무대에 처음으로 동행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부소장은 "김주애가 김 위원장 바로 뒤에 서서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고위급 인사들을 지켜본 것은 해외에서도 '2인자급' 의전을 받으며 후계 구도가 공고함을 보여준다"며 "북한의 권력 승계 구도를 국제사회에 공식화하는 선전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 군사굴기 이면의 그림자…'블록화' 시대 서막
화려한 군사력 과시 이면에는 그림자도 짙다. 이번 행사는 높은 청년 실업률, 급증하는 부채,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심각한 내부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열렸다. 또한 지난 2년간 이어진 시 주석의 군 수뇌부 숙청은 군의 전투 준비 태세에 의문을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시 주석이 지휘하는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원 7명 중 3명이 숙청되거나 몇 달째 모습을 감췄다. 싱가포르 S.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의 드루 톰슨 선임 연구원은 "퍼레이드는 이 무기 체계들이 효과적으로 통합되고 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며 실전 능력에 의문을 표했다.
반면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고위 관리는 "국내 청중에게는 국가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공산당을 주권의 수호자로 내세우는 것이 목표"라며 국내 정치적 목적을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군사 퍼레이드를 넘어 중·러·북 3국의 연대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퍼레이드 전날 베이징에서 '시베리아의 힘 2'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협정을 체결, 서방 제재에 맞선 '에너지 블록' 구축을 가속화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 협상이 이어질 수 있으나,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경제와 안보의 이중 블록화'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푸틴·김정은 세 정상의 동반 등장은 새로운 북·중·러 협력축의 등장을 전 세계에 알린 셈으로, 대만과 한반도,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서방의 더 강경한 대응을 촉발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