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기술혁신과 도시공간의 변화
농업혁명·산업혁명·정보화혁명 등 인류 문명의 흐름에서 보아왔듯이, 더 효율이 높은 생산방식(mode of production)이 등장함에 따라 우리들의 삶의 양식(way of life)도 달라진다. 산업혁명으로 생산시설이 도시로 들어오면서 도시화가 시작됐고, 자동차가 대규모로 도입되면서 외곽으로 팽창하는 교외화(suburbanization)가 확산됐다. 철근콘크리트기술과 엘리베이터가 도입되면서 도심부는 뾰족하게 압축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과학기술의 혁신에 따라 인류의 생활 방식이 달라지고, 살아가는 장소, 도시의 모습에도 지대한 변화를 가져온다.
AI전환은 불의 발견 이상의 큰 임팩트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살아가는 도시공간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까 ?
더 스마트해지는 AI시티
AI시티란 AI를 도시 운영의 핵심 엔진(Urban AI)으로 삼아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자율형 도시’를 말한다. 교통·안전·에너지·건강 등 방대한 도시 데이터를 AI가 분석·예측·결정하여 실시간·선제적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도시라 할 수 있다.
AI 인프라 건설과 국토균형발전
오픈AI가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AI DC사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5000억 달러 규모다. 인류 역사상, 이런 대규모의 투자가 단일 사업에, 이렇게 짧은 기간에 집중된 적은 없다.
26만 장의 GPU 확보에 열광하는 일에 더하여,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건설이 시급한 과제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원전과 소형모듈식원자로(SMR),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료전지, 송배전시설 등 다양한 에너지 공급방식 전환과 새로운 AI 인프라 건설이 확대된다. AI 전환은 곧 에너지 공급방식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도시의 에너지 공급망에도 대대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지금까지는 철도, 도로, 항만, 터미널 등이 중요한 인프라였다면, 향후에는 데이터와 DC, 그리고 전력망이 핵심인프라 역할을 하게된다.
전력공급은 지방에서 풍부하나 전력과 데이터수요는 수도권에서 증가한다. 수요가 있는 수도권에 건설을 허용하면 지역 불균형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동시에 지방의 전력을 끌어오는 송배전망 연결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심각해진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전력이 풍부한 곳에 인프라와 산업단지를 건설해 국토균형발전을 기한다는 것이다. AI인프라 건설은 국토균형발전, 에너지전환 문제와 함께 풀어가야 한다.
수요가 증가하는 수도권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많은 사회적 갈등이 분출된다. 막대한 전력 소비와 냉각수, 고용없는 위압적 건축물, 전자파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 등이다. AI 인프라를 갖춰가는 일과 함께 주변 지역과의 상생 환경 구축도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핵심 AI인프라를 도시계획시설로 규정, 관리해가는 일도 점점 더 긴요해진다.
AI 혁신지구(innovation districts)의 고도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제1판교TV의 성공 이후로, 인근에 제2, 제3판교를 개발 중이다. 제3판교는 직주근접을 위한 공공기숙사, 우수인력의 유치를 위한 공원과 위락시설, 그리고 기술 인력들의 교육시설까지 갖춘 ‘직주락(職住樂)플랫폼’으로 조성 중이다. 서울의 마곡지구에는 LG계열의 연구소 기업 15개가 모여 있다. 마곡역 등 도시철도 환승역에 서울식물원, LG아트센터, 코엑스마곡 등 쾌적 요소(amenity)가 풍부하다. 이런 쾌적하고, 매력있는 환경이 AI 산업을 선도하는 천재적 혁신 인력들을 끌어들이고 창의적 혁신을 창출케하는 원동력인 시대다.
서울시는 양재동, 우면동 일원에 27만㎡ 규모의 서울AI테크시티 계획을 수립 중이다. 서울테크시티는 연구소, 업무시설, 데이터센터, 해외 대학, 인력양성기관, 주거 등을 망라하는 직주락 복합단지로 조성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AI시티를 기대해본다. AI 기술 축적이 이뤄진, AI 전환에 신속한 기업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소, 벤처기업들은 이런 장소를 선호하고 모여든다.
AI기업들은 AI 인프라가 잘 정비된 곳, 규제 완화와 연구개발(R&D) 투자가 풍부한 곳, 세제 인센티브가 적극적인 지역을 선호한다. 기술 수준이 높은 전문인력과 혁신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쾌적, 편리, 매력있는 직주락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가 아닌 공대’를 선택하게 하자면 AI 전문가들이 일하고 살고 즐길 수 있는 하이엔드 수준의 공간조성이 필수다. AI 전환은 서울 등 대도시의 혁신공간을 더 고도화해갈 것이다.
포용적 기본사회 구축을 위한 AI윤리
AI가 가져올 장미빛 청사진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한편으로, AI 전환은 계층간, 산업간, 지역간 격차를 확대하여 불평등에 따른 사회 갈등을 확산시키고, 일자리 문제, 윤리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AI 기본사회·디지털 포용·AI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이러한 위기에 대처해가야 할 것이다. AI 포용 정책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AI 기술의 혜택을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도록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다. 이는 단순히 AI를 보급하거나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것을 넘어,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 AI리터러시 교육, 그리고 인터넷 중독과 사이버폭력 대응 교육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자리잡는다.
197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경부고속도로라는 사회간접자본을 국가가 선도적으로 건설해 중화학공업 기반을 다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 초고속 인터넷망을 국가 주도로 건설하면서 정보화 강국의 초석을 다진 바 있다. 이제 AI 전환기라는 기술사적인 터닝포인트에서 AI 인프라 건설을 위한 정부의 선도적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3대 AI 강국으로 올라서는 기초를 닦아야 할 때다. AI 인프라를 잘 갖추고, AI 인력이 선호하는 직주락 환경을 갖춘 도시가 번영하는 AI 전환 시대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서울대 도시공학 박사.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전)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회장, (전)단국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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