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85% 독점 희토류 공급망 흔들어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연계 전략

지난 4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를 희토류를 중심으로 한 미·중 협상에서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한다고 전했다.
◇ 반도체-희토류 연계 '묶음 거래' 전략
지난달 29일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의 VEU 지위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20일 후부터 이들 기업은 중국 내 반도체 제조 장비 반입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70%를 채굴하고 85%를 가공하는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디스프로슘과 터븀 등 중희토류의 경우 중국이 거의 전량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중국이 7개 희토류 원소와 영구자석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서 서방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보안국(BIS)은 "전 VEU 참가업체들이 중국 내 기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수출허가를 승인할 계획"이라면서도 "중국 내 생산능력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는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측통들은 이번 조치가 희토류와 반도체를 연계한 '패키지 딜'을 통해 중국의 협상력을 약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희토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패닉" 상태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으며, ”생산라인 중단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상황이다.
◇ 한국기업 어려운 처지와 미국의 계산
삼성의 시안 공장은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생산 기지 중 하나로 삼성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2%를 담당한다.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은 회사 전체 D램 칩 생산능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 점유율을 8%로 끌어올렸고 2026년까지 15%로 확대할 계획이다. D램 분야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내년 내 마이크론과 비슷한 생산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내 H20, MI308 AI 칩 판매 수익의 15%를 라이선스 발급 대가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에도 비슷한 수익 분담 요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철회 결정에 앞서 사전 협의를 받았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공장의 원활한 운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필수적"이라며 미국과 지속 협의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 희토류 자립 노력과 시간과의 경주
미국은 와이오밍주 브룩 광산 개발을 통해 희토류 자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가공 시설 구축에는 3~5년이 걸린다. 브룩 광산은 해마다 1242톤의 산화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 전체 영구자석 수요의 3~5%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국방부는 2027년까지 미국 방위산업 수요를 모두 충족하는 광산에서 자석까지의 완전한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정했다. 2020년부터 국방부는 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해 4억3900만 달러(약 61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시설들이 완전하게 가동되더라도 MP 머티리얼스는 2025년 말까지 1000톤의 네오디뮴-붕소-철(NdFeB) 자석만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중국이 생산하는 13만8000톤의 1% 미만 수준이다.
지난 6월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전월보다 160% 늘어난 3188톤을 기록했으며, 미국으로의 수출은 월 기준 660% 급증한 353톤에 이르렀다. 이는 양국이 지난 5월 관세 협상에 합의한 뒤 나타난 변화다.
국제 무역 전문가들은 "미국이 반도체 수출 통제와 희토류 협상을 묶어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한국기업들은 두 자원 모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VEU 철회 조치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한국 산업계가 복잡한 지정학 상황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