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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내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장비 허가 철회…“글로벌 공급망 긴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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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내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장비 허가 철회…“글로벌 공급망 긴장 커진다”

중국 “미국 조치가 산업 혁신 촉진할 수도” 전문가 “미·중 반도체 기술 경쟁 심화로 한국기업 부담 커져”
중국과 미국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과 미국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반입 허가인 '유효 사용자(Validated End User)' 면제 조치를 지난 29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앞으로 중국 생산라인에 필요한 미국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30(현지시각) 이번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긴장시키고 미·중 기술 경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기술 유출을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한시적으로 이 면제 조치를 인정받아 중국 내 공장에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월하게 들여올 수 있었다.

전 세계 NAND 플래시 메모리 생산의 약 35%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DRAM 생산의 40%를 책임지는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번스타인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 기업이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칩은 전 세계 메모리 칩 생산량의 10%, 저장장치용 반도체의 15%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양사의 생산 차질과 함께 전반적인 반도체 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미국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며, 중국의 자국 산업 육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 통신기술 전문가 마지화는 "미국의 기술 독점 시도는 오히려 세계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미국 스스로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다시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기술 혁신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중국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담당하는 막대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줄면, 전 세계 전자 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중국은 기술 독립과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경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 반도체 산업을 오래 취재한 한 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미·중 간 경쟁이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본격화했음을 보여주며, 한국기업들이 이 가운데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