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중국 업체 약진에 구조조정 가속화…"붕괴 아닌 재편 과정"

레스트오브월드가 지난 4일(현지 시각)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기차 제조업체와 관련 산업에서 3만 명 이상이 해고됐다.
◇ 닛산 2만 명 해고로 '최대 규모'…기존 업체들 전기차 전환 '진통'
해고 규모를 보면 일본 닛산이 2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해고 인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어 볼보 3000명, 포르쉐 1900명, 인도 올라일렉트릭 1500명, 스텔란티스 11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제너럴모터스(GM)·지멘스·루시드모터스·호존오토 등도 수백 명 단위로 해고를 단행했다.
이번 해고는 각 기업 전체 인력의 1%에서 40%에 이르는 규모로, 디트로이트 거대 기업인 GM부터 인도 신생업체 올라까지 전기차 생태계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닛산·볼보·포르쉐 등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로 사업을 바꾸는 과정과 무역 분쟁에 대응하면서 수천 명을 해고했다고 회사 발표문들이 밝혔다.
지역 신생업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마카모터스 같은 업체들도 규모를 줄였는데 수요 약화와 지정학적 긴장 때문에 전기차 계획이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 중국 업체 약진에 서구 기업들 '후퇴'…성장률 둔화도 영향
컨설팅업체 PTR 인크의 무하마드 라페이 칸 전기차 연구 책임자는 "이번 해고는 전기차 부문이 무너져서가 아니라 전략과 비용 구조, 경쟁력을 다시 짜는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여전히 늘고 있지만 성장률은 급격히 둔화됐다. 2024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700만 대로 전년 대비 25% 늘었지만, 주요 서구 시장에서는 보조금이 없어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특히 중국 시장은 서구 브랜드들에 성장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BYD·니오·샤오펑·지리 등 중국 토종 업체들이 장악한 요새가 됐다. 이들 중국 업체는 이제 전 세계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관련 산업도 타격을 받았다. 한국 LG전자는 올해 4월 3년 된 전기차 충전기 사업부를 완전히 없애고 직원들을 그룹 내 다른 부서로 옮겼다. LG전자처럼 그룹 내 다른 사업 부서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전기차 충전이나 렌털만 하는 작은 업체들은 직원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데가 없어 결국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차 거대 업체 BYD도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관세 우려로 대형 공장 건설을 미뤘고, '노예 같은' 노동 조건 의혹으로 브라질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국가 안보 우려로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규모의 인도 공장 승인을 받지 못했다.
칸 연구책임자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모델을 내놓는 기업들은 확장하는 반면에 취약한 제품이나 부풀려진 비용 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계속 인력을 줄이거나 인수합병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구조조정은 2026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상황은 전기차 공장들이 대규모 고용 창출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결과는 정책 명확성과 지정학적 요인, 실행력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