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매출 사상 첫 1000조 원 돌파 전망… AI 인프라가 주도
삼성·SK, HBM 올인에 ‘범용 D램’ 도리어 품귀… 가격 급등해 ‘영업익 100조’ 기대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 中 CXMT 물량 공세에 레거시 시장 잠식 우려도
삼성·SK, HBM 올인에 ‘범용 D램’ 도리어 품귀… 가격 급등해 ‘영업익 100조’ 기대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 中 CXMT 물량 공세에 레거시 시장 잠식 우려도
이미지 확대보기하지만 화려한 수치 이면에는 ‘극심한 불균형’이라는 그림자가 짙다. AI 반도체는 없어서 못 파는 ‘초호황’인 반면,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누려야 할 범용(Legacy) 반도체 시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2026년 이후 ‘레드오션’으로 전락할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25% 이상 성장해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2010년 스마트폰 혁명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호황이 과거와 달리 ‘AI’라는 단일 엔진에 의존하고 있어, 이 엔진이 식거나 중국이라는 변수(범용 가격 결정권 영향력)이 커질 경우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영업익 100조’ 전망의 배경… “범용 D램도 귀해진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꿈의 숫자인 ‘100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 등 주요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로 HBM(고대역폭메모리)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일반 D램 가격까지 덩달아 뛸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유는 ‘풍선 효과’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을 거대한 빵집에 비유해보자. 빵을 굽는 오븐(생산 라인) 수는 정해져 있는데, 손님들이 비싼 ‘웨딩 케이크(HBM)’만 찾는다. 빵집 주인(삼성전자, SK하이닉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식빵(범용 D램) 굽던 오븐까지 모두 케이크를 굽는 데 쓴다. 시장에는 식빵이 귀해지고, 식빵 가격까지 덩달아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논리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도 최선단 공정 웨이퍼의 상당량을 HBM3E와 차세대 HBM4 생산에 할당했다. 이로 인해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D램(DDR4, DDR5) 생산 능력은 올해 대비 20~30% 줄어들 전망이다. 이 ‘공급 부족(Shortage)’ 시나리오가 100조 원 영업이익 전망의 핵심 근거 중 하나다.
중국 칩, AI 서버엔 ‘함량 미달’… 안심해도 되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중국이 물량을 쏟아낸다는데, 그 칩들이 AI 데이터센터에도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 기업(CXMT, YMTC)이 삼성과 SK가 장악한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넘볼 가능성은 당분간 ‘제로(0)’에 가깝다. AI 학습용 서버는 엔비디아 GPU와 짝을 이루는 HBM이나, 전력 효율이 극대화된 최선단 DDR5(1b nm급)를 요구한다. 미국의 제재로 구형 장비에 묶인 중국 기업들은 물리적으로 이 사양을 맞출 수 없다. 따라서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가격 결정권’은 여전히 한국 기업에 있으며, 이 부분의 수익성은 견고하다.
간과된 ‘중국 변수’… “빈집털이범이 들어온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AI 시장 밖에서 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낙관론이 ‘중국발 범용 공급 충격’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들이 HBM에 집중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 기업들이 그 빈자리(범용 시장)를 무서운 속도로 차지하는 ‘백필(Back-fill) 전략’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CXMT)다. 미국의 제재로 EUV(극자외선) 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CXMT는 전략을 수정해, 구형 장비(DUV)만으로 생산 가능한 DDR4와 LPDDR4X 등 범용 메모리에 ‘올인’하는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와 디지타임스 아시아의 데이터에 따르면, CXMT는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웨이퍼 증설을 단행 중이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2027년경 CXMT의 생산 능력은 전 세계 D램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며, 현재 4위인 대만 난야를 제치고 글로벌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전망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중국이 “싼값에 빈자리를 채우겠다(공급 확대)”고 본격적으로 나서면 가격 상승효과는 상쇄된다. 오히려 중국산 저가 칩이 PC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기준 가격을 끌어내리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제품에서 예상했던 수익을 거두지 못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경고, 아직은 아니지만
실제 모건스탠리는 지난해(2024년) 9월 발표한 ‘겨울이 온다(Winter Looms)’ 보고서에서 이 점을 꼬집었다. 당시 시장은 AI 붐에 취해 있었지만, 모건스탠리는 “HBM 공급 과잉 우려와 함께 중국발 범용 D램 물량 공세가 D램 가격 상승세를 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이 보고서는 한국 시장에서 ‘지나친 비관론’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현재 범용 시장의 흐름은 그들의 경고와 일면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 기업이 첨단 공정으로 이동하는 사이, 중국은 레거시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흔들 수 있다. 만약 2026년 DDR4 등 범용 시장 가격이 중국의 물량 공세로 인해 정체되거나 하락한다면, 삼성전자가 HBM과 파운드리에서 선전하지 않는 한 ‘영업이익 100조 원’ 달성은 도전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IB들은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는 낮게 봤을지 몰라도, 그들의 ‘생산 능력(Capa)’ 확대가 가져올 시장 파괴력은 정확히 짚고 있다. 2026년은 한국 반도체가 초격차 기술로 활로를 찾느냐, 중국에 허리(범용 시장)를 내주고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느냐가 결정되는 운명의 해가 될 수도 있다.
반도체 특별법 ‘반쪽짜리’ 9부 능선 넘었지만… 본회의 문턱서 좌절
이처럼 ‘중국발 위기’가 코앞인데 한국의 대응 속도는 더디다. 정책적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제도적 기반’은 다졌으나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우선 세제 혜택을 담은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확정되어, R&D 세액공제 일몰이 2031년까지 연장되고 시설 투자 공제율이 상향(대기업 20%)되는 등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핵심인 ‘반도체 특별법’은 멈춰 섰다. 이달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특별법안은 그간 논란이 됐던 정부의 재정 지원(보조금) 근거를 명시하고, 인프라 지원 내용을 담아 업계의 숙원을 일부 해소했다. 그러나 산업계가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 강력히 요구해 온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은 끝내 제외됐다. 설상가상으로 법안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과 맞물려 연내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은 보조금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미국은 보조금으로 기술을 흡수하는데, 한국은 주 52시간 족쇄조차 풀지 못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 근거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지만, 법안 통과가 지연될수록 기업들의 투자 시계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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