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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네수엘라 인근서 유조선 추가 나포…트럼프 “제재 유조선 전면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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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네수엘라 인근서 유조선 추가 나포…트럼프 “제재 유조선 전면 봉쇄”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군용 헬기가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미 당국이 나포한 유조선 인근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군용 헬기가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미 당국이 나포한 유조선 인근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20일(이하 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연안 국제 해상에서 선박 한 척을 나포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전면 봉쇄를 선언한 지 며칠 만에 이뤄진 것으로 역내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복수의 미국 당국자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 국제 수역에서 선박을 차단하고 압수하는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작전이 정확히 어느 해역에서 이뤄졌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미국 해안경비대가 작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베네수엘라로 들어오거나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을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봉쇄하겠다”고 밝힌 이후 단행됐다. 미국이 최근 수주 사이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유조선을 나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역내 미군 병력 증강과 맞물려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첫 유조선 나포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은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백만배럴의 원유를 실은 선박들이 추가 나포를 우려해 베네수엘라 해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실상 억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박은 제재 대상이지만 베네수엘라산 원유와 함께 이란과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 가운데 제재를 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미국 에너지 기업인 셰브런은 허가를 받은 자체 선박을 통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운송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중국의 전체 원유 수입 가운데 약 4%를 차지한다. 시장 분석가들은 12월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중국 수출량이 하루 평균 60만배럴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글로벌 원유 시장의 공급이 비교적 넉넉하고 중국 연안에는 하역을 기다리는 수백만배럴의 원유가 유조선에 실린 채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봉쇄 조치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하루 약 100만배럴에 달하는 공급 차질이 발생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지난 2019년 베네수엘라에 에너지 제재를 부과한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거래하는 정유사와 트레이더들은 위치를 숨기거나 이란·러시아산 원유 운송으로 제재를 받은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활용해 왔다. 해운 분석가들은 이들 선박이 미국의 추가 제재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탱커트래커스닷컴에 따르면 이번 주 기준 베네수엘라 해역에 있는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70여척 가운데 약 38척이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최소 15척은 이미 원유와 연료를 적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베네수엘라 압박은 군사적 수단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 인근 태평양과 카리브해에서 다수의 군사 작전을 수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의 지상 공격도 곧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력 증강이 자신을 축출하고 석유 자원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