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5형 핵잠 등 정숙성·공격력 강화…미국 기술 턱밑 추격
미국, 연간 생산 목표 절반 불과…정비 지연에 '작전 공백' 우려
미국, 연간 생산 목표 절반 불과…정비 지연에 '작전 공백' 우려

외신에 따르면 약 80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중국의 양적 팽창에 맞서 68척의 핵추진잠수함으로 질적 우위를 지키려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함대 증강으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생산 능력 한계라는 난관에 부딪히며 새로운 안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 中, 기술 도약 눈앞…정숙성·공격력 대폭 강화
중국의 수중 함대는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더 조용하고 빨라졌으며, 첨단 무기와 센서를 탑재하고 잠항 능력까지 크게 향상했다. 과거 중국 최초의 핵추진잠수함(1974년 취역 091급)은 소음이 심하고 속도가 느려 '승조원에게 방사능을 노출시키는 게 가장 큰 위협'이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반세기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개발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개발 중인 신형 095형 공격원잠은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을 갖추고 극도로 저소음화될 전망이다. 미 해군 예비역 대령 출신인 크리스토퍼 칼슨은 "095형은 매우 조용한 잠수함이 될 것이며, 이는 상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세대 핵탄두미사일 잠수함(SSBN)인 096형 개발도 진행 중이어서 중국의 핵 억제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최신 재래식 동력 잠수함인 위안급 역시 '공기불요추진(AIP)' 기술을 적용해 정숙성과 잠항 시간을 크게 늘렸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중국의 군사적 활동 반경을 태평양 깊숙한 곳까지 넓혔다. 중국군은 남중국해에서 주변국과 대치하고,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 주변에서 봉쇄 및 침공 훈련을 벌이고 있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중국의 재래식 잠수함은 연안 방어에 투입되고,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미군의 접근을 차단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원자력과 디젤을 혼합한 소형 공격 잠수함 시제품이 침몰하는 사고를 겪는 등 기술적 난관도 겪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렌트 새들러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잠수함의 정숙성을 크게 향상시켜 추적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기술적 도약의 정점에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 美, 기술은 '우위' 생산은 '열세'…동맹과 돌파구 모색
미국은 여전히 기술 면에서 중국에 앞서 있다. 미 해군의 잠수함은 더 조용하고 성능이 우수하며, 전 함대가 핵 동력으로 구성돼 꾸준히 성능을 개량하고 있다. 새로 건조하는 버지니아급 공격 잠수함 최신형(블록 V)은 버지니아 페이로드 모듈(VPM)을 탑재해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능력을 대폭 향상할 계획이다. 릭 무어 미 태평양함대 잠수함부대 대변인은 "수중 전투 능력에 역사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수중 드론과 인공지능(AI) 역량 통합을 강조했다.
문제는 생산 능력이다. 미국은 신형 잠수함 건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각한 정비 지연 문제까지 겹쳤다. 연간 필요량인 2.33척에 한참 못 미치는 1.2척만 건조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공격잠수함의 33%가 수리 지연으로 발이 묶였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이 때문에 작전 가용률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차세대 전략원잠인 콜롬비아급 인도 시점 역시 약 2년 늦춰진 2029년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한계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려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정책차관을 지낸 엘브리지 콜비는 "공격 잠수함을 충분한 수량과 속도로 생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미국은 전 세계 잠수함 전력의 60%를 인도-태평양에 집중 배치하는 한편,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오커스(AUKUS)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AIP 잠수함을 운용하는 일본(21척), 잠수함 전력을 꾸준히 증강 중인 한국(약 25척), 오커스를 통해 핵잠수함 확보를 추진하는 호주(현재 6척) 등 역내 동맹국들도 잠수함 증강에 나서고 있다. 호주전략분석연구소의 피터 제닝스 국장은 "인도-태평양에서 괜찮은 해군을 보유하려는 거의 모든 국가가 잠수함을 건조하거나 획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