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사건 재판을 옹호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린 ‘마녀사냥’ 평가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낸 기고문에서 “이번 판결은 브라질의 제도와 민주적 법치주의를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볼소나루 유죄 판결을 두고 “놀랍다”며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박이다.
◇ 보우소나루 유죄 판결과 미국의 압박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지난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에 대해 징역 27년 3개월을 선고했다. 5명의 재판관 중 4명이 유죄 의견을 내 과반을 넘어섰다.
룰라는 기고문에서 “지난 15년 동안 미국은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4100억 달러(약 558조 원) 흑자를 기록했다”며 이번 관세 조치가 경제 논리와 무관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볼소나루 전 대통령의 불처벌을 위해 관세와 마그니츠키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그니츠키법은 러시아 부패 사건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 인권 탄압자·부패 인사에 대해 미국이 입국 금지·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 민주주의와 주권은 협상 불가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민주주의가 1985년 군부 독재 종식 이후 어렵게 회복된 것임을 상기시키며 “이번 재판은 헌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브라질 사법부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검열했다는 주장을 펴는 데 대해서도 “인터넷 규제는 정당하며 미국 기업이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우리는 상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어떤 사안이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브라질의 민주주의와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 경제적 파장과 브라질 내 반응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브라질 경제에 수만 개 일자리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중국 등 다른 교역 상대국과의 관계가 견고해 경제 전반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은 일부 품목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해 항공기 부품과 오렌지 주스 등이 관세에서 제외됐다.
한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재 자택 연금 상태로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는 피부 병변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지지자 수십 명이 병원 밖에서 “사면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번 판결로 브라질은 극심한 정치적 분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과의 관계도 긴장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