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임금이 낮아 해마다 수 주 동안 ‘무급으로 일하는 것과 같다’는 분석이 다시 확인됐다.
특히 영국의 경우 통계 방식의 한계로 지난 20년간 격차가 실제보다 축소돼 집계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여성 평균 시급이 남성보다 13% 낮아 여성 노동자는 매년 48일을 무급으로 일하는 셈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정규직 근로자만 기준으로 하면 격차가 7%로 줄지만 50대 여성이나 금융·보험업에서는 훨씬 더 벌어진다며 이같이 전했다.
◇ 20년간 과소평가된 격차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은 공공부문 임금을 과도하게 반영한 탓에 남녀 간 격차를 실제보다 약 1%포인트 축소 집계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겉보기에는 작은 수치지만 정치권이나 기업이 임금공시제, 유연근무제 등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들을 더디게 추진한 배경이 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 프리랜서·자영업에서도 격차 심각
임금협상과 무관한 프리랜서 시장에서도 성별 차이는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남성 프리랜서의 시간당 평균 요율은 여성보다 26% 높았으며, 법률 분야에서는 남성이 시간당 145달러(약 19만3000원), 여성은 68달러(약 9만원)에 불과했다. 영국의 경우 2020년 조사에서 자영업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43% 더 벌었다.
◇ 구조적 원인 여전
일각에서는 여성의 ‘협상 부족’이나 ‘자신감 결여’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전문가들은 돌봄 부담, 불충분한 보육제도, 경직된 육아휴직 제도, 유연근무 부족 등 구조적 요인이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출산 후 여성은 경력 단절로 임금이 줄어드는 반면, 남성은 아버지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더 책임감 있는 근로자로 평가받아 오히려 임금이 오르는 불평등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영국이 법적·제도적 노력을 통해 격차를 점차 줄여왔지만 이번 연구는 “문제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