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접어 화면 극대화…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소 될까
애플, '아이폰 에어'로 반격…차세대 기기 형태 주도권 경쟁 치열
애플, '아이폰 에어'로 반격…차세대 기기 형태 주도권 경쟁 치열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상향 평준화된 기술 경쟁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해 말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3단 접이식)' 스마트폰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새로운 기기 형태 혁신의 포문을 연다. 2019년 첫 폴더블폰을 선보인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한 사용자의 주머니에 들어가면서도 눈에 띄게 커진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차세대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이 그간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한국이나 중국 시장에 먼저 선보였던 관행에서 벗어나, 세계 최대 프리미엄 시장인 미국에서 차세대 기기 형태의 성공 가능성을 직접 시험하려 한다는 점이다. 회사 계획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삼성이 연말 출시될 트라이폴드폰을 어느 시장에 내놓을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미국이 핵심 논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강민석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 역시 2025년 하반기 출시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이는 지난해 '갤럭시 Z 폴드 6 SE' 모델을 한국과 중국 등 일부 시장에만 한정 출시했던 것과 대조된다.
현재 중국의 화웨이가 3단 접이식 스마트폰을 이미 선보였으나, 미국 시장에서는 판매하지 않아 삼성의 이번 출시는 사실상 미국 시장 최초의 시도가 될 전망이라고 CNN은 전했다.
폴더블 넘어 '더 큰 화면'으로 진화
삼성전자가 구상하는 트라이폴드 기기는 두 군데에서 접혀 넓은 화면을 제공, 기존 폴드와 비교해 크게 넓어진 화면이 실린다. 사용자들이 주머니 속에 태블릿에 버금가는 대화면을 휴대할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은 CES 등에서 공개한 플렉스 G, 플렉스 S와 같은 3중 접이식 폰 개념에 바탕을 둔 제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석 상무는 CNN과 인터뷰에서 "현재의 갤럭시 Z 플립과 Z 폴드 시리즈는 '이전보다 훨씬 더 큰 화면'을 제공할 트라이폴드폰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경첩 구조로 접었을 때도 두께가 얇고 휴대성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제로 이전 세대 폴더블인 갤럭시 Z 폴드 7은 8.9mm의 두께로 기존 폴더블 중 가장 얇고 가볍다는 평과 함께 삼성의 슬림 디자인 기술력을 입증했다. 또한 향상된 멀티태스킹과 AI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가 효율적으로 대화, 문서 요약, 이미지 편집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전망이다.
이전 세대 폴더블인 갤럭시 Z 폴드 7은 펼쳤을 때 8인치 크기로 미니 태블릿 수준이었으며, 트라이폴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화면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드루 블랙어드 모바일 제품 관리 수석 부사장은 구체적인 화면 크기 언급은 피하면서도 "우리는 약간 다른 기기 형태에서 똑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기존 폴더블폰과는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주도권 다툼 치열…'사용자 혜택'으로 돌파구
삼성의 이런 혁신은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기기가 스마트폰의 지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미국 내 폴더블 제품 판매가 늘고 있으며, 여성 소비자 층에서 반응이 뜨거운 점도 삼성의 미국 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 요소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 역시 1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준 '아이폰 에어'를 최근 출시했으며, 다음 해 예상되는 애플 폴더블폰과도 본격 경쟁할 전망이다.
삼성과 애플은 국제 데이터 공사(IDC)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업계의 '풍향계'로, 두 기업의 디자인 혁신 경쟁이 전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 블랙어드 부사장은 "과거 다양한 형태의 휴대폰이 존재했던 스마트폰 이전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더는 한 가지 막대 형태가 아닌 다양한 선택지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삼성은 트라이폴드폰 외에 다음 해 상반기 주력 모델인 갤럭시 S26 시리즈와 함께, 더 얇아진 디자인의 '갤럭시 S25 엣지' 후속 모델을 출시해 아이폰 에어와 직접 경쟁할 전망이다.
폴더블폰은 여전히 고가이며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삼성의 폴더블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차 비중을 늘려가는 가운데, 2028년까지 폴더블폰 판매량은 4,570만 대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IDC는 전망한다. 갤럭시 Z 폴드 7은 높은 판매량과 사전예약 기록을 세웠고, 올여름 출시된 7세대 폴더블폰은 전작 대비 선주문량이 25% 늘며 시장의 기대를 확인시켰다.
삼성은 폴더블폰이 자사의 주력 제품군과 비교해 다른 회사 스마트폰 사용자를 두 배 더 많이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슬림 디자인과 접이식 기술로 차별화하며 새 고객 유입에 성공하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 내부에서 차세대 디자인으로 무선 충전 포트 제거 가능성 등 과감한 혁신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공식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강민석 상무는 "새로운 기기를 구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가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은 기존 폴더블 기술을 넘어서 화면 크기 혁신과 더 얇은 디자인, 향상된 AI 기능을 특징으로 하며, 올해 미국 시장 진출로 세계 스마트폰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삼성의 대담한 베팅이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