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현대차 조지아 공장 단속 후폭풍…전기차 구매 영향은?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현대차 조지아 공장 단속 후폭풍…전기차 구매 영향은?

아이오닉 5 등 인기 차종 출고 지연 불가피…가격 인상 우려 확산
트럼프 "미국인 고용" 압박…한미 외교 갈등·경쟁사 반사이익 부상
최근 미 이민세관단속국의 대규모 단속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아이오닉 5 등 주력 전기차 모델의 출고 지연과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미 이민세관단속국의 대규모 단속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아이오닉 5 등 주력 전기차 모델의 출고 지연과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생산 핵심 기지인 조지아 공장의 가동 중단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운영하는 이 공장에서 미국 역사상 단일 장소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이 벌어진 탓에,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같은 인기 전기차 모델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차량 인도 지연은 물론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구매를 저울질하던 소비자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사건은 지난 9월 4일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동부 엘라벨 지역에 있는 43억 달러 규모의 합작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급습하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약 475명이 체포됐고,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단속 당시 일부 용의자가 하수구 연못에 뛰어드는 등 현장은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이번 단속은 수개월간의 조사를 거쳤으며, 단순 비자 문제를 넘어 공장 내 안전과 노동 환경에 대한 우려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이 공장을 북미 전기차 전략의 심장부로 삼고 한 해 최대 50만 대의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중장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상황의 심각성은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배터리 공장 생산이 최소 2~3개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부품 공급 문제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움을 내비쳤다. 언론 보도를 통해 사태를 처음 접했다고 밝힌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오닉 5 기다리는데…소비자 피해 현실로


생산 지연은 곧바로 소비자 피해로 번질 수 있다. 당장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등 인기 차종의 출고 대기 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길어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숙련된 기술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났고, 다른 지역에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등 추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용 상승이다. 조지아 공장의 배터리 생산이 멈추면서 현대차가 배터리와 관련 부품을 외부, 특히 해외에서 들여와야 할 경우 물류비와 관세 부담이 더해져 생산 원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원가 상승분은 고스란히 차량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2026년 출시 예정이었던 신차들의 생산 계획 역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단속은 정치,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법 준수를 강조하며 해외 기업에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에 있는 한국인 근로자의 권리 보호와 인권 침해 가능성 조사를 위해 외교적 대응에 착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미 무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 문제 비화·경쟁사 추격…첩첩산중


현대차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테슬라가 여전히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가운데, 제너럴 모터스(GM)의 쉐보레 이쿼녹스 EV가 큰 성공을 거뒀으며 포드와 혼다 등도 경쟁력 있는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사태가 시장 점유율 확보의 "중요한 기로"에서 터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대차의 공급망 문제가 길어지면, 차량 구매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이 경쟁사 모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생산 차질이 단순히 몇 달간의 생산량 감소를 넘어, 수년간 쌓아 올린 현대차의 전기차 시장 입지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현대차는 기존 투자 계획을 유지하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사장은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미국에 전문 비자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27억 달러 규모의 조지아 공장 2단계 투자와 3,000명 신규 고용 목표는 그대로"라고 못 박았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과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