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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P 500, 'AI 특수' 업고 13.9% 성장…소비재는 '수익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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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P 500, 'AI 특수' 업고 13.9% 성장…소비재는 '수익 침체'

금융·산업 부문도 AI 관련 M&A·데이터센터 구축이 성장 견인
부킹닷컴 "여행 짧아져", 치폴레 "방문 줄어"… 美 실물경제 '경고음'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S&P 500 기업들의 최근 분기 이익이 예상을 뛰어넘는 13.9%의 급증세를 보였지만, 이러한 성과는 AI 관련 부문의 '쏠림 현상'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주 외에 금융, 산업 부문으로 이익이 확산하는 듯 보이나, 그 본질은 AI 관련 M&A,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특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반면 아마존과 테슬라를 제외한 임의 소비재 부문은 사실상 '수익 침체'를 겪고 있어, AI에 과도하게 편중된 시장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P 500 기업의 78%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주당 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9% 증가할 전망이다. 실적 시즌 전 분석가들의 예상치였던 7.6%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표면적으로 이례적인 성과다.

특히 최근 과거의 경우처럼 성장이 '매그니피센트 7' 기업에만 압도적으로 쏠린 것이 아니라는 점은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이들 기업을 제외하더라도 이번 분기 S&P 500 기업의 수익은 거의 11% 증가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매그니피센트 7' 빼도 11%↑…그러나 '확산 착시'


하지만 '이익 확산' 분석은 사실상 여기서 멈춘다. 아마존닷컴과 테슬라를 제외하면, S&P 500 임의 소비재 부문은 필수 소비재 부문과 마찬가지로 '수익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다. 소재 부문 역시 여전히 암울하다. 2024년의 훨씬 더 나빴던 비교 분기 대비 겉으로 드러난 수익 반등은 주로 귀금속 가격 급등을 반영한 결과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에서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고작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른 부문에서 나타난 수익 강세는 AI가 얼마나 교묘하게(insidious) 주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S&P 500 금융 부문은 이번 분기 가장 긍정적인 놀라움 중 하나였지만, 이 부문은 AI와 연관된 M&A(인수합병) 및 증권 발행 증가에 따른 혜택을 분명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은행들은 활발한 트레이딩 활동과 더불어, 고객들이 AI 기술 투기로 자산을 불리면서 웰스 매니지먼트 사업부로 유입된 자금이 은행을 지탱하고 있다.

산업 부문은 조금 더 미묘하다. 이 부문에는 AI 데이터 센터의 대규모 구축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이 즐비하지만,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의 수익 회복에 따른 혜택도 보고 있다.

주식 시장의 강세론자들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안보 우산 축소 움직임이 앞으로 10여 년간 민간 방위 산업체들에게 수익성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방산 투자 테마 자체는 AI와 얽혔다. 많은 산업 기업들이 AI 붐과 방산 붐에 동시에 부품이나 기술을 공급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은 AI 기술을 분쟁 지역으로 직접 밀어 넣고 있다. 이러한 군비 경쟁이 주식 시장의 장기적 낙관론을 위한 처방전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금값 랠리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경고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여행 짧아지고 방문 줄어"…식어가는 실물 경제


주식 시장이 실물 경제의 완벽한 바로미터인 적은 없었지만, 최근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특별히 고무적이지 않다.

부킹 홀딩스의 에바우트 스틴베르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분기마다 열린 투자자 콜에서 "여행객들이 지난해보다 짧은 여행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보다 '신중한' 임의 소비로의 전환을 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스콧 보트라이트 최고경영자(CEO) 또한 "올해 모든 소득 계층에서 광범위한 방문 빈도 감소를 목격했다"며 "이러한 현상은 저소득층 및 중산층 고객과 젊은 성인층에서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 강세가 새로운 기업들로 확산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이 AI라는 테마를 넘어 새로운 스토리까지 포함할 정도로 정말로 확산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최근 실적은 AI에 직접 노출된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도 특별히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투자자들에게 괜찮을지는 모르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