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독일, 중국 풍력터빈 공세 맞서 방어막 강화...밍양 퇴출·지멘스 가메사 선택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독일, 중국 풍력터빈 공세 맞서 방어막 강화...밍양 퇴출·지멘스 가메사 선택

해상풍력 프로젝트 잇단 변경…"태양광 산업 몰락 전철 막겠다"
독일 풍력발전 업계가 중국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의 유럽 시장 공세에 맞서 자국 산업 보호와 안보를 이유로 방어막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지=GPT4o 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풍력발전 업계가 중국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의 유럽 시장 공세에 맞서 자국 산업 보호와 안보를 이유로 방어막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지=GPT4o
독일 풍력발전 업계가 중국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의 유럽 시장 공세에 맞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방어막을 강화하고 있다. 리차지뉴스가 지난 18일과 지난달 26일 연이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독일은 2024년 기록을 세운 14기가와트(GW) 육상 풍력발전 용량을 승인하면서도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 유럽 진출 빨라지자 독일 "수입 불필요" 맞서


독일은 202414GW 육상 풍력발전 용량을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 115GW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 후줌에서 열린 '후줌 윈드 2025(HUSUM WIND 2025)' 전시회에서 중국 밍양(Mingyang)과 산이(SANY) 등이 가장 큰 규모의 전시 부스를 운영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독일 풍력업계는 이에 맞서 자급자족 능력을 강조했다.

VDMA 파워시스템의 데니스 렌트슈미트 전무이사는 "독일 풍력업계가 스스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거세다. 중국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은 2023년 한 해에만 1.2GW 규모의 유럽 주문을 따냈는데, 이는 이전 10년간 설치한 용량과 같은 규모다. 특히 밍양은 올해 독일에서 296메가와트(MW) 용량의 첫 번째 주문을 확보하며 유럽 최대 경제국 시장에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 보조금 4배 차이로 경쟁 우위 확보하는 중국 기업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막대한 정부 지원에서 나온다. 중국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은 평균 매출의 4%에 해당하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제조업체들은 1%에 그친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유럽 경쟁사들이 따라할 수 없는 파격적 결제 조건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풍력터빈을 구매할 때는 계약과 동시에 상당한 금액을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터빈 설치가 완료되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돈을 받아도 된다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금융 지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프로젝트 개발사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현재 중국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은 전 세계 상위 4개 제조업체를 모두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풍력터빈 제조 가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베스타스만이 유일하게 상위 5위 안에 포함돼 있다.

밍양, 독일 해상풍력 첫 진출 시도했지만 최종 탈락


밍양이 독일 해상풍력 시장 진출을 시도한 프로젝트는 300MW 규모의 '바터칸트(Waterkant)' 해상풍력단지였다. 함부르크 소재 자산운용사 룩스카라(Luxcara)202472일 국제 입찰을 통해 밍양 스마트 에너지를 우선 공급업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밍양의 MySE 18.5-260 모델(18.5MW, 로터 직경 260m) 터빈 16기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 북해 보르쿰 섬에서 북쪽으로 약 90km 떨어진 N-6.7 구역에 위치하며, 2028년 말 독일 전력망 연결을 목표로 했다.

밍양 선정 과정에는 DNVKPMG가 참여한 실사(공급망, 환경·사회·지배구조, 사이버보안 검토)도 포함됐다. 밍양은 이를 통해 유럽 최초의 초대형(XXL) 해상 터빈 공급 기회를 얻으며 시장 진입 교두보를 마련하는 듯했다.

지멘스 가메사, 독일 해상풍력서 밍양 완전 대체


하지만 독일 정부와 정치권의 반대로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5월 독일 국방부는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풍력 터빈을 주요 안보 기반 시설에 도입하는 것은 사이버 보안·스파이 우려가 있다며 해당 프로젝트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공개했다. 이어 보수 야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수차례 채택 거부 입장을 밝혀, 중국산 터빈 사용에 대한 최종 정부 인가가 미결 상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룩스카라는 지난달 251.5GW 규모의 '바터에케(Waterekke)' 프로젝트에 독일 소유의 지멘스 가메사(Siemens Gamesa)를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바터에케는 바터칸트와 인접한 별개의 프로젝트로, 헬골란드 섬 북서쪽 약 85km 떨어진 N-9.3 구역에 위치한다.

이 계약은 국제 입찰을 거쳐 체결됐으며, 각각 15.5MW 용량의 터빈 97개 공급을 포함한다. 룩스카라는 바터에케 프로젝트에서 지멘스 가메사를 선택한 데 이어, 당초 중국 밍양이 터빈을 공급하기로 했던 바터칸트 프로젝트에도 지멘스 가메사 터빈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룩스카라는 "인접한 두 프로젝트에서 동일한 터빈을 사용하면 조달, 설치, 운영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룩스카라는 바터칸트 프로젝트용으로 지멘스 가메사 15.5MW 터빈 19기를 추가로 예약했다.

결국 밍양은 지난달 26일 링크드인 성명을 통해 "프로젝트 개발자인 룩스카라와의 상호 합의에 따라 바터칸트 프로젝트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이로써 밍양의 독일 해상풍력 시장 진출 시도는 1년여 만에 무산됐다.

사이버 보안 우려로 정부 차원 견제 강화


독일 정부는 중국 풍력터빈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 3월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독일 국방부가 의뢰한 분석에서는 중국 풍력터빈 설치를 허용할 경우 사이버 보안이 국가의 주요 위험으로 지목됐다. 중국이 정치 압력의 수단이나 경제 전쟁의 도구로서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거나 터빈을 원격으로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다.

독일 경제부는 지난해 10월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사이버 보안 강화, 핵심 부품 의존도 감소를 위한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독일은 2035년까지 해상 풍력터빈의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의 50%를 중국 외 지역에서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영구자석과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희토류의 9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IG Metall 노조의 위르겐 케르너 부위원장은 "태양광 산업에 이어 또 다른 미래 기술이 불공정한 경쟁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태양광 산업 일자리는 8년 만에 62000개에서 2만 개로 급감한 바 있다.

두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총 1.8GW 용량으로 독일 가정 240만 호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바터칸트는 2028년 말, 바터에케는 2029년 계통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