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기아, 멕시코산 K4로 유럽 공략…'씨드' 시대 마감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기아, 멕시코산 K4로 유럽 공략…'씨드' 시대 마감

130만 대 팔린 '씨드' 후속…멕시코산 최다 수출차 기록 도전
내연기관 K4·전기차 EV4 '이원화 전략'으로 시장 동시 공략
기아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신형 K4. 130만 대 이상 판매된 '씨드'의 공식 후속 모델로, 순수 전기차 EV4와 함께 내연기관과 전기차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기아의 핵심 전략 차종이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기아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신형 K4. 130만 대 이상 판매된 '씨드'의 공식 후속 모델로, 순수 전기차 EV4와 함께 내연기관과 전기차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기아의 핵심 전략 차종이다. 사진=기아

기아가 유럽 시장의 성공 신화를 썼던 '씨드(Ceed)'의 시대를 마감하고, 후속 모델로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세계 전략차 'K4'를 전면에 내세운다. 2006년 나온 이후 유럽 C세그먼트 시장에서 기아의 입지를 다져온 씨드를 대신할 K4는 기아의 세계 생산·판매 전략에 대대적인 전환을 예고하며 막중한 임무를 안게 됐다고 멕시코 자동차 전문 매체 모토르 파시온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26년 초 유럽 시장에 본격 상륙할 K4가 전임 모델의 명성을 잇고 멕시코산 자동차의 유럽 수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유럽의 효자' 씨드 퇴장…K4, 멕시코서 새 시대 연다

기아 씨드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태어난 전략 모델로, 지난 18년간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브랜드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2006년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까지 유럽 전역에서 누적 판매량 130만 대를 돌파했으며, 해마다 평균 8만 대에서 많게는 11만 대에 이르는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며 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해치백, 스테이션 왜건(투어러), 슈팅 브레이크(프로씨드) 등 다채로운 제품으로 유럽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며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등 쟁쟁한 현지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유럽 시장에서 기아의 성공을 상징하던 씨드가 이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K4가 채운다. K4는 씨드가 지녔던 '유럽 전용 모델'이라는 성격을 벗고 북미를 포함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세계 전략 모델'로 개발했다. 특히 생산 거점을 슬로바키아 질리나에서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에 있는 기아 공장으로 옮긴 점은, 제조와 물류 비용을 줄이고 멕시코-EU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혜택을 활용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아의 세계 생산 효율화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K4가 씨드의 한 해 판매량에 근접하는 실적을 달성한다면, 멕시코산 자동차의 유럽 수출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 국립통계지리정보청(Inegi)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에서 생산돼 유럽으로 수출된 아우디 Q5는 총 6만 8042대로, K4의 성공에 따라 '멕시코 생산 최다 유럽 수출 모델'이라는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K4는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과 정면 승부하기 위해 차체를 키우고 상품성을 높였다. 길이 4.7m에 이르는 차체는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크기다. 넓은 공간을 제공해 C세그먼트 고객은 물론, 한 체급 위인 준D세그먼트 잠재 고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동력계는 가솔린 엔진을 주력으로 한다. 147마력을 내는 2.0리터 4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최고출력 190마력의 1.6리터 터보차저 엔진을 얹고 8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린다. 고성능 감성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더 경쾌한 서스펜션 설정을 갖춘 GT-라인 등급도 따로 운영한다.

K4와 EV4 '투톱'…내연기관·전기차 동시 공략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세계 모델이라 할지라도 유럽 시장의 높은 환경 규제 문턱은 반드시 넘어야 한다. 기아는 유럽연합(EU)의 엄격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고자 유럽형 K4 모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과 같은 최소한의 전동화 구성을 더할 계획으로, 과도한 탄소 벌금을 피하고 브랜드의 친환경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치다. 앞으로 나올 순수 전기차 제품군과 동반 상승 효과를 통해 기아의 친환경 전략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아는 K4 출시와 더불어 순수 전기차 EV4를 동시에 준비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정교한 '이원화 전략'을 편다. 씨드를 생산하던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은 2025년 10월부터 C세그먼트 순수 전기차인 EV4의 생산 기지로 전환해 유럽 현지 생산의 균형을 맞춘다. 한국에서도 세단 형태로 만들 EV4는 스코다와 폭스바겐의 ID.3 등 유럽의 대표 전기차 모델과 직접 경쟁하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의 주력 모델 역할을 맡게 된다.

기아의 이원화 전략은 내연기관차 수요가 굳건한 시장과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전통 자동차 고객들은 가솔린 엔진을 얹은 K4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새로운 기술을 먼저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은 EV4를 선택할 수 있도록 폭을 넓힌 것이다. '세계 모델'과 '멕시코 생산'을 발판 삼아 '유럽 수출 확대'를 노리는 K4, 그리고 순수 전기차 EV4라는 두 축을 통해 기아는 급변하는 유럽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